시골집

무조건 작야야 함.

by duke j

시골에 살려면 집이 작아야 한다. 방 하나에 주방 하나면 족하다. 이왕 짓는거 손님 방도 있어얄 것 같고 취미방도 하나 필요하겠고.. 그러시겠지만 다 귀여운 오판이다. 마당은 진실로 5평이면 족하다. 살아오며 무거운 거라곤 책가방 들어본게 다였고 도시에 전철 타고 돌아다니다 건물 계단 몇층 오르내린 후 가쁜 숨에 운동했다 뿌듯해 하던 사람들에겐 그조차도 과하다. 시골에선 주위 산과 들과 내가 다 내 마당이다. 너른 공간 혼자 독차지하고 그걸 관리해 보겠다 허욕 부리면 바로 관절염을 지병으로 얻는다. 자연에 대한 사람의 하찮은 저항은 1달을 못버틴다.

코스닥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메자닌 투자에 조금씩이나마 다 들어간다던 자본시장의 선배 하나는 부인이 꽃과 나무를 좋아해 강남바닥 집 정원에만 아파트 한채 값을 부어 넣었다느니 하다가 결국 3년전쯤 양평 서종에 시골집을 하나더 지어 보겠다고 했다. 하필 그때부터 건축비가 상승해 건축업자와 다툼을 벌이다 설계와 시공을 3차례 변경한뒤 작년에 겨우 준공을 마쳤다고 했다. 500여평 대지에 지하 포함 3층집이라 해서 미리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그나마 우리 집은 건축면적 만큼은 그집보다 작다. 풀이나 잔디가 자라면 일년에 서너차례 마을 사람들에게 정리를 부탁하고 있는데 어케 할거냐 물었더니 마당엔 스프링클러를 다 심었고 잔디는 지가 자동 충전해 알아서 혼자 돌아다니며 풀을 깎는 로봇 모우어를 사서 해결했다고 했다. 복서 타이슨이 열심히 시합을 준비중이란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붙어보기 전엔 누구나 다 계획이란 게 있다. 얻어맞아 만신창이가 되기 전까진 말이다. 시골생활의 기대에 차있던 그 형에게 딱 한가지 전하지 못한 말이 있어 아직도 우려된다. 형수가 직접 마당일 해보겠다고 작업복 입고 손에 호미 들고 나서면 절대로 꼭 말려야 한다는 말. 집사람은 요즘에도 심각한 엘보우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의 생명력을 사람이 이겨낼 수가 없다. 시골집 앞마당 크기가 5평이 넘어가면 그땐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이신 이웃 할아버지를 따로 불러 초단위로 풀에 잠식돼 가는 집을 지켜달라 부탁할건지 아니면 스스로 평생 관절염을 안고 살아갈건지. 사람이 아직까지 로봇보다 쓸모 있다는 건 기계에 돈을 써보면 바로 알게 된다.

#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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