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케 다 계산을 한다는 건지.

by duke j


인터넷 돌아다니다 보면 결혼식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예를 들자면 친구가 축의금 5만원 내고 피로연 점심 먹고 갔는데 손절해야겠다느니 10여년간 연락없던 친구가 갑자기 청첩장 보내왔는데 결혼식에 가야 하냐느니 하는 논의들이다.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결국 돈 얘기다. 젊은이들 살이가 팍팍해서 그러는 거겠지만 요즘 어떤 사람들에겐 교우도 거래 행위로 여겨지는 것 같다. (어쩜 관심끌어 sns 조회수로 먹고 살아야 하는 업자들 농간일 수도 있음.)

또다른 20대 젊은이는 사교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그 구성과 형식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내가 20대때 만나던 사람들 중 40이 되어서도 남아있던 이들은 10%가 안되었다. 젊음이 불안하니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찾아 모임도 만들고 만나 위안을 얻어보자는 건데 세월이 90%를 떨궈낼 그 사람들과 흘려보내는 그 시간들이 20여년 후 본인 주위 사람들의 수준을 확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젊은이들의 시간은 전적으로 자신의 알맹이를 크고 굳게 만드는데 소요됨이 마땅하다. 나중에 늙어지면 주위에 절로 나와 걸맞는 사람들이 모여 드는데 그런 흡인력이 작동하려면 내가 먼저 크고 단단해져야 한다. 먼지들 사이에도 만유인력은 작용하겠으나 사과를 끌어 당겨들일 만한 힘은 아니다.

친구란 건 그냥 암 생각 없다는 말로 떠오르고 그려지는 사람들이다. 10년간 연락 없던 놈이 지금 집앞이니 당장 나오라 전화해도 머하러 와서 귀찮게 하냐 욕하곤 운동화 신고 나가 만나는 애가 내겐 친구다. 거기엔 축의금보다 비싼 피로연 음식 객단가나 주기적으로 만나 관계를 돈독히 해 상대로부터 얻어내길 기대하는 큰 도움 같은 세밀한 계산은 개입될 여지가 아예 없다. 오랜동안 못봤으면 지금 보면 되는 게 친구다.

오래 연락없던 초딩 친구가 전화해 악성 뇌종양에 걸려 곧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간 삶이 팍팍해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인들은 몇 있었어도 병이 생겨 곧 죽게될 것 같다는 말을 전해온 아이는 처음이다. 지 죽는 건 문제 아닌데 처자식이 걱정된다며 10억 남짓한 주식구좌 운용을 맡아해 줄 사람을 소개해 달라했다. 그놈 뇌속에 암이 생긴 게 그런 쓸데없는 고민들 때문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젠 집앞에 찾아가 만나려 해도 더이상 볼수 없는 사람들이 내게도 하나둘 늘어갈 거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에 5만원 단위의 계산을 쌓아 두는게 우리들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숫자에 약한 나는 잘 모르겠다. 담주엔 곧 죽는다는 놈 얼굴이나 한번 보러 가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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