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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후기 및 리뷰

파란만장한 운명, 시대를 넘어 울리는 외침

by Just Be

시대를 넘어 다시 마주하는 명성황후


어떤 뮤지컬은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대보다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과거를 마주하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명성황후는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1995년 초연 이후 30년 가까이 사랑받아 온 이 뮤지컬은 깊은 서사를 담아, 살아 있는 서사이자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 시대를 살아간 한 여성의 비극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024년, 명성황후는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귀환은 여전히 과거의 감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메세지를 남깁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와 맞닿아 있으며, 시대를 넘어선 공감과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요. 명성황후의 선택과 그녀가 맞섰던 시대적 소용돌이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이 이야기가 다시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이유를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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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줄거리


뮤지컬 명성황후는 조선 제26대 왕 고종의 왕비이자, 나라의 운명과 함께 흔들렸던 명성황후의 삶을 조명합니다. 그녀는 궁궐에 입성한 순간부터 단순한 왕비가 아닌, 격변하는 조선의 운명을 짊어진 정치적 존재로 자리 잡게 됩니다.


권력 투쟁이 끊이지 않았던 조선 말기, 그녀는 대원군과 맞서며 개혁을 시도하고, 외세와의 치열한 외교전을 펼칩니다. 조선 말기, 외세의 압력과 내부 권력 투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 속에서, 그녀는 조선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청나라와 러시아를 오가며 일본의 세력을 견제하려 했던 그녀의 노력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그녀는 일본 낭인들에게 무참히 희생당하고 맙니다.


극은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장면은 일본 제국의 몰락을 상징하며, 곧이어 시점은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 법정에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다뤄지며, 일본의 논리 속에서 그녀의 죽음이 어떤 의미로 해석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후, 이야기는 조선으로 돌아와 명성황후가 국정을 장악해 가는 과정과, 개혁을 추진하며 내부의 반발과 외세의 압력을 동시에 견뎌내야 했던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청나라, 러시아, 일본 사이에서 조선을 지키기 위해 외교적 줄타기를 하지만, 내부적인 정치적 반대와 외세의 압박은 그녀를 점점 고립시킵니다. 결국, 1895년 을미사변이 벌어지며 일본 낭인들이 경복궁에 침입하고, 명성황후는 처참하게 시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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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무대와 넘버


뮤지컬 명성황후는 웅장한 무대와 섬세한 조명, 감정을 깊이 파고드는 음악을 통해 관객을 19세기 조선의 격변 속으로 이끕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한가운데에 놓인 거대한 궁궐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장대한 서곡과 함께 조선 왕실의 화려함과 위태로운 운명이 교차하는 첫 장면이 펼쳐집니다. 관객들은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감각에 빠져들며, 곧이어 명성황후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조명 연출은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됩니다. 특히 을미사변 장면에서는 붉은 조명이 무대를 뒤덮으며 피로 물든 궁궐의 분위기를 강렬하게 연출합니다. 명성황후가 무대 중앙에서 절박하게 외칠 때, 붉은 조명이 그녀를 감싸며 위기의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킵니다.


반면, 그녀가 처음 궁궐에 입성하는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황금빛 조명이 사용되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이 묻어납니다. 이러한 조명 변화를 통해, 그녀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각적으로도 강하게 체감하게 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음악은 작품이 전달하는 감정을 극대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일어나리라"가 시작될 때, 무대 위에는 검은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등장하고, 점점 강렬해지는 멜로디와 함께 명성황후가 중심으로 걸어 나옵니다.


그녀가 "나는 쓰러져도 조선은 끝나지 않으리"라고 외치는 순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반주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장대한 스케일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또한, "백성이여 일어나라"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대 뒤편에서 조명이 차츰 밝아지며,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해 나아가리라"라는 가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배우들은 하나둘씩 무대 중앙으로 모이며 희망의 메시지를 힘있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음악적 감동을 넘어, 명성황후가 지키고자 했던 조선의 정신을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공연은 시각적 화려함을 강조하기보다, 정서적이고 내면적인 깊이를 살리는 데 집중하여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밀도 있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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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키려 했던 명성황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뮤지컬 명성황후는 그녀를 조국을 위해 몸을 던진 지도자로 묘사하지만, 실제 역사적 맥락에서 그녀의 선택과 정치적 행보는 보다 복합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온전히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인물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았던 정치적 희생양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외세가 조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그녀는 일본, 청나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외교적 줄타기를 시도했으며, 이는 그녀가 수동적인 희생자가 아닌 적극적인 행위자였음을 보여줍니다.


극 중에서는 이러한 명성황후의 선택이 조선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녀의 행보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녀는 고종과 함께 개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청나라에 기대었고, 일본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며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한편으로는 조선을 보호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 내부의 정치적 균형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뮤지컬이 그녀를 강인한 정치적 리더로 이상화하는 것은 극적 연출의 일환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필요합니다. 그녀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조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그녀 자신과 왕실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뮤지컬은 이러한 논쟁을 단순화하고, 그녀를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인물로 묘사하며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하는 한편, 우리가 그녀의 정치적 행보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작품이 전달하는 감동적인 요소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결국 뮤지컬이라는 극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성황후의 선택이 단순한 '나라를 위한 희생'이 아니었음을 이해할 때, 이 뮤지컬이 던지는 메시지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그녀의 선택이 과연 조선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조선 왕실과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인물이 아닌 현실적인 정치 지도자로서의 명성황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뮤지컬이 주는 감동을 뛰어넘어, 그녀의 선택이 숭고한 희생이 아니었음을 인식할 때,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깊이 있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녀의 신념과 정치적 전략, 그리고 그로 인한 파급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단순한 비극을 넘어 당시 조선이 처한 현실과 현재의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더욱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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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여성으로써의 명성황후


뮤지컬 명성황후는 그녀를 조선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로 그리지만, 그녀를 한 여성으로 바라보면, 조금 더 다른 감정들이 보입니다.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야 했던 그녀는 조선의 국모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딸이었고, 아내였으며, 그리고 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나라를 지켜야 했고, 조선의 운명을 등에 업고 버텨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게 속에서도 그녀는 한 사람으로서 온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녀 역시 사랑받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던 존재였습니다. 그녀가 경험했을 외로움과 갈망, 그리고 사랑받기를 원했던 욕망은 그녀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단순히 왕실을 유지하기 위한 동맹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인간적인 유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기대했던 온전한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고종은 그녀에게 의지하면서도 그녀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고, 그녀의 존재는 조선의 국모라는 무거운 책임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녀는 조선을 지키는 국모였지만, 그 안에는 보호받고 싶은, 한없이 여린 마음이 숨 쉬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보호받고 이해받는 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극 중에서는 이러한 그녀의 내면적 외로움이 은은하게 흐르지만, 뮤지컬은 이를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녀의 강인한 모습이 강조되며, 그녀가 외로움을 견디고 버텨야 했던 이유는 국가와 백성을 위한 것이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나라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줄 누군가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바라보면, 명성황후는 조선을 위한 국모의 희생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이는 한 여성이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한쪽을 완전히 희생해야만 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외롭고 고독한 존재였습니다. 이 뮤지컬은 역사적 비극을 넘어, 그녀가 지닌 감정과 내면의 고뇌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한 시대를 살았던 여성의 외로움과 희망,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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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아직도 일어나야 한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그녀의 삶과 신념을 무대 위에 되살려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해줍니다. 그녀가 지키려 했던 조선은 그저 한 나라가 아니라, 그녀가 품었던 신념과 희망이었을지 모릅니다.


작품은 그녀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끝내 희생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그녀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희생만으로 정의될 수 없는 복합적인 이야기임을 알게 됩니다.


극은 명성황후를 강인하고 희생적인 인물로 그리지만, 실제 역사에서 그녀는 정치적 선택을 거듭하며 왕권과 조선을 지키기 위해 외교적 줄타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조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인물이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왕실의 존속과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자이기도 했습니다.


뮤지컬은 그녀를 조국을 위해 온몸을 던진 지도자로 조명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녀의 행보가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을 함께 고려할 때,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녀는 끝내 쓰러졌지만, 그녀가 남긴 흔적은 여전히 역사 속에서 되새겨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선택과 그로 인한 결과는 우리가 다시금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작품 속에서 그녀의 마지막 순간은 일방적 비극이 아니라, 그녀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장면으로 다가옵니다. 그녀가 걸었던 길은 아름답게 미화될 수만은 없으며, 그 속에는 조선을 지키기 위한 고뇌와 함께, 권력 유지와 정치적 이해관계도 함께 존재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뮤지컬이 일방향적 감동을 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그녀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지금 우리 시대에도 중요한 선택과 책임을 마주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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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대한민국은 지금 거센 폭풍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국정은 흔들리고 있으며, 미중 갈등의 격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MAGA 정책이 가져온 경제적 압박 속에서 국가의 미래는 불확실해 보입니다.


국민들은 양극화되어 서로를 향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확신조차 희미해지는 시기입니다. 이런 격동의 시대 속에서, 뮤지컬 명성황후는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명성황후는 조선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거듭해야 했던 인물입니다. 외세의 압박과 내부의 갈등 속에서 그녀는 정치적 줄타기를 해야 했고, 때로는 강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선택이 언제나 옳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하는 점입니다.


뮤지컬 속 명성황후는 조선의 독립과 존엄을 지키려 했으며, 무너지는 왕조 속에서도 나라의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그녀의 외교적 시도와 개혁 의지는 끝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국제 정세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우리의 자주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경제적 위기가 국민들의 삶을 압박하고,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우리는 명성황후의 선택과 그 결과를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의 정치적 행보는 조선을 위한 헌신이었을 수도 있고, 왕실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녀가 최후의 순간까지 조선을 위한 길을 고민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선택해야 하는 길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녀가 남긴 메시지는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뮤지컬 속 그녀의 삶을 감동의 이야기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그녀가 부딪혔던 현실과 그녀가 품었던 고민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지도자가 사라진 시대, 국민이 분열된 시대, 외세의 압력이 더욱 거세지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녀가 간절히 지키고 싶었던 조선처럼, 우리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합니다.


명성황후가 바랐던 조선이 끝내 무너졌지만,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주권과 존엄의 가치는 여전히 우리의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으며, 그녀가 고민했던 것들을 우리가 다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녀가 걸어간 길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 길이 남긴 질문들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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