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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기 Sep 08. 2023

좋은 선배들과 일한다는 것

저도 그들에게 좋은 후배이길 바라봅니다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그 날 저녁. 퇴근을 앞두고 집에 가려는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리드님이 심각한 얼굴로 조용히 사수님을 불렀거든요. 그리고 귀를 쫑긋 세워 들리는 몇 마디로, 저는 직감할 수 있었죠. '아, 내가 한 일 때문에 사수님이 불려가는 것이겠구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실은 제가 했던 실수 때문에 선배님)이 불려가신 것이었습니다. 어김없이 저도 회의실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낱낱이 공개하긴 어렵지만, 정말 작고, 누구나 할 법한 실수가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이었지요. 머릿속엔 이미 경위서까지 쓰는 나의 모습이 그려지며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회사니까, 더군다나 다른 팀 팀장님까지 함께 이야기 중이니 눈물을 내보일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느정도 논의가 마무리되고 회의실에 리드님과 선배님들 그리고 만 남았을 때였습니다. 시스템적인 오류, 나빴던 운, 그리고 이 실수를 낸 나 자신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 늦은 시간 팀장님과 사수님들의 시간을 빼앗았다는 미안함... 등으로 결국 터져버렸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눈물은 눈치없이 흘러 넘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리드님과 선배님들이 제게 건네준 위로와 따스함을 저는 아직까지도 잊지 못합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사람인데 어떻게 실수를 안 하겠어요. 저는 실수에 대해서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무언가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더 빠르게 공유를 해주길 바라요. 그래야 더 손쉽게 수습할 수 있답니다."  - 1 리드님


"오늘까지만 반성하고, 저는 이 일에 도푸지가 매몰돼 있지 않기를 바라요. 일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선 훌훌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 2 리드님


"사실 100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한 건데...100번 잘한 건 누가 알아주지 않죠. 이 일은 특히나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상심하지 말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돼요. 하나의 실수가 불러올 파장을 예상할 수 없어 이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아직까지 많이 배우고, 더 조심하려 애쓰고 있답니다. 그러니 앞으로 함께 잘해봐요" - 3 사수님


"도푸지 어깨 펴고 퇴근해요.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실수는 할 수 있고, 다음 번엔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같이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 혼자만의 실수라고 생각하지는 말고요!! 만일 발생하더라도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해봐요. 참, 일은 잘 수습된 것 같으니 다가올 휴가도 마음 편히 다녀와요. 이참에 훌훌 털어버리고요!"  - 4 사수님





이러한 말들이 너무나 마음을 울렸던 이유는 동료들의 따스함이 느껴져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제 감정과 더불어 '앞으로의 내 모습'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 동료 간의 신뢰를 깨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 너무나 걱정스러웠거든요. 이때 선배들은 감정적인 위로와 함께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셨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가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을 이유와 함께 명확히 전달해주셔서 머리에 더 많이 남고, 고마웠습니다.


선배들 덕분에 저는 이 실수가 하나의 '실패'가 되지 않고, 담당자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채근으로 인해 주눅들기 보다는 선배들의 위로와 진심어린 조언 덕분에 제가 하는 일의 무게를 체감하고, 앞으로의 나날들에 대한 다짐과 각오를 다지며 공유에 대한 중요성도 자각했으니까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일을 한다면 언젠가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바라봅니다. 이렇듯 좋은 동료란, 결국 서로의 발전을 위하고 서로에게 진심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 Editor_도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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