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타로!

프롤로그 1

by 완두



살다 보면 어떤 일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 내겐 타로가 그랬다.


내가 처음 타로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당시 습작 중이던 청소년소설 때문이었다. 주인공 아이가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타로 보는 장면을 넣고 싶었는데, 한 번도 타로를 본 적 없는지라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난감했다.


마침, 내가 지나다니는 전철역 근처에 타로 로드샵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입구에 붙은 ‘한 질문 오천 원’이라는 종이를 보니, 글의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서 만 원쯤이야 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여자분이 내게 뭐가 궁금해서 오신 거냐고 물었다.

‘뭐가 궁금하냐고요? 타로 보는 장면이 궁금해요.’

하지만 이런 속내를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지 않은가. 머뭇대던 내 입에서 생뚱맞은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질문 하나 하는데 오천 원이라는 거죠?”

“아, 그건 학생용 가격이구요, 일반인은 기본 20분에 3만 원이에요.”


그 여자분은 답변과 동시에 카드를 섞기 시작했는데, 나는 죄송하단 말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글에 쓸지 안 쓸지도 모르는 한 장면을 위해 3만 원이나 투자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난 뒤 한동안 습작품도 타로도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인터넷 검색 중에 우연히 스마트 스토어 타로 상담 상품과 연결이 됐다. 20분에 만 원이라는 만만한 가격이 내 구미를 당겼다. 나는 즉시 비용을 결제하고 타로 상담을 신청했다. 카톡으로 할까 하다 직접 통화를 하기로 했다.


전화가 연결되고 상대방이 처음 한 말은 "질문 주세요."였다. "안녕하세요."라는 흔한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건네진 말을 듣고 나는 더 '다짜고짜'인 말을 하고 말았다.


타로는 원리가 뭐예요?


저쪽에서 가벼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잠깐의 침묵 뒤 상대가 말했다.


타로는 질문이 정확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질문해 주세요.


나는 당황했다. 어이없게도 무슨 질문을 할 건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덜컥 신청부터 한 거다. 그때부터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내가 첫 번째 질문을 겨우 생각해 냈을 때는 이미 7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나는 “저 내년에 승진시험을 보게 될 텐데요, 합격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상담사는 내 질문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듯했다.


타로는 3개월, 길어도 6개월 정도의 미래를 보는 데 적합해요. 아직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한 번 뽑아볼게요.


그때 들었던 답변이 뭐였는지 정확히 생각나진 않는다. 다만 그게 내 첫 타로 상담이었고, 타로와의 인연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첫 번째 타로 상담 후 나는 타로에 매료되었다 그 상담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때 내 에너지가 그랬을 거라 생각된다. 어느 날은 속상해서, 어느 날은 답답해서, 어느 날은 선택이 힘들어서 타로 상담을 받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동료도 같은 말을 반복해 듣는 것은 곤혹스러울 테니,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타로 상담이 훨씬 마음 편했다.


상담료로 지불하는 금액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커피 한두 잔 값으로 얻은 위로는 생각보다도 컸다. 당시 내가 이용하던 곳은 저렴한 상담 상품들이 모여있던 플랫폼이었는데, 상담료가 어마어마한 060 플랫폼 존재를 아예 알지 못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타로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타로 좀 배우는데 왜 결심씩이나 필요했냐 하면, 당시 내가 승진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이었기 때문이다. 공부에만 전념해도 될까 말까 하는 늦깎이 수험생인 내가 타로까지 곁눈질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하지만 한 번 꽂힌 타로 공부를 포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나는 타로 배울 곳을 찾아 인터넷을 헤매기 시작했다. 지금 보면 정말 많은 학습기관이 있는데, 그때는 이상하게 눈에 잘 띄질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겨우 찾아낸 곳들을 죽 늘어놓고 내 상황에 적합한 곳을 추려 나갔다.


그때 어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어느 구청에서 운영하는 타로 수업이었다. 한 시간 남짓한 이동 거리도, 퇴근 후 여유롭게 참석할 수 있는 수업 시간도, 내게 딱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수강료는 다른 곳의 1/3 정도니 그걸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수강 신청을 하려고 보니 이미 정원이 다 채워져 접수가 마감된 상태였다. 다음 개강일을 알아보니 두 달 후였는데, 그 두 달을 기다릴만한 인내심이 내겐 없었다. 나는 그 강사분 이름을 검색해 그분이 운영하는 학원(?)을 기어이 찾아냈고, 그날 바로 수강생으로 등록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토요일 오전, 나는 홍대 거리 어디쯤에 있는 그 학원을 가기 위해 전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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