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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어려움

분개라기 보다는 답답함 28화

by 완두


퇴근길에 기름을 넣으러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소 옆에 꽈배기 집이 있었다.

마침 배가 고프기도 하고 간판에 그려진 꽈배기 그림이 너무 맛있게 보여 가게로 들어섰다.


세 개에 2천5백 원인데 만 원어치를 사면 세 개를 더 준다고 했다.

가족들이 이런 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5천 원어치만 사려다, 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만원을 지불했다.

두 개는 내가 먹고 나머지는 다음 날 직원들과 나눠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포장하던 주인이 내게 물었다.


설탕 묻혀드릴까요?


아뇨, 내일 에어프라이어 돌릴 거니 묻히지 말아주세요.


그럼 단맛이 없습니다.


단맛이 없는 건 상관없는데, 아주 맛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냥 밀가루를 튀긴 밍밍한 맛일까 봐 걱정된 것이다.


그러면 맛이 없을까요?


단맛이 없다고요.


네, 단맛 없다는 말은 알겠어요.

근데 그럼 꽈배기가 맛이 없나 해서요.


내가 원하는 대답은 "설탕 안 묻혀도 먹을만하다"라거나 "단맛이 전혀 없어서 밀가루 먹는 맛일 거예요" 같은 선택에 도움이 되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설탕을 묻히지 않으면 단맛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목소리가 커져서 마치 날 나무라는 듯한 말투가 되었다.


'알았어요. 알겠다고요.'

나는 꽈배기 봉지를 받아 들고 가게를 나왔다.


차 안에 앉아 꽈배기 한 개를 베물었다.

달지 않아도 맛있었다.

괜한 입씨름을 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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