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만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오래 살았어.”
무심코 내뱉은 노모의 푸념에
“그런 말도 자꾸 하면 주변까지 전염시켜. 그만해.”
짜증 섞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수습한다고 한 말이
“그러는 엄마 보기에 내 인생은 살맛 나 보여?”였고,
“나도 나지만 너 인생도 참,
왜 그리 안 풀리는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서운하기보다는 웃음이 난다.
“좋은 끝은 온다며~ 도대체 오기는 오는거야? 도대체 언제?”
“그럼 오지. 나를 봐라 이렇게 말년 효도 받으며 살줄 알았니?”
팔십대에 대수술을 한 후 기억력이 쇠퇴해진 엄마는
가끔 여러 자식들에게 돌아가며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그 옛날 갓 시집오셨을 때 동네에 돌아다니며 점을 봐주던 아주머니가 계셨다 한다.
그분이 엄마를 보시고는 이 집에서 절대 못 산다고 하셨다나?
새댁에게 할 말이 못되는데 그 말을 들으신 엄마는
자식을 낳기 전이라 그러신지 두 손 모아 공손히
“만약 제가 살면 어찌 되는데요?”물으셨다한다.
그래도 못살텐데라며 안쓰럽게 바라보시더니
70대쯤 되면 병아리 눈뜬 것 만큼 편안해지신다고...
그 이후는 돈도 안부럽고 주변이 다 평안해 남부러울 것 없으실꺼라고 하셨다고.
새댁에게 말이다.
그런데 인생 말년에 들고 보니 딱 그말이 맞는듯해 자꾸만 생각이 나신다고 한다.
절대 못산다던 삶을 극복하고 좋은 날을 보신 산 경험자의 말씀이시니
뭐라 반박할 말이 없다.
십 년 넘게 퇴근길 하루도 빠짐없이 안부 전화를 해
나이와 상관없이 때로는 친구같았던 엄마는,
여러자식 키우시며 지극히 객관화 되어계셔 그동안은
좋은소리 한번 안해주신 내 안티팬이셨다.
그랬던 엄마가 이제야 내 편이 되어주신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그 정도면 참을만큼 참았고 할만큼 했다고.
그만큼 했으면 이제 필 때도 되었으니 걱정 말라고 다독여주신다.
그러고도 노파심이신지 우려섞인 말씀으로,
상대에게 반박하고 싶으면 그사람 죽은 다음 하라신다.
죽은자는 말이없다고.
그런분이 확언하셨으니 믿어보려 한다.
좋은 끝은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