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크리스마스 삼촌

by 따뜻

해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는

한 달 전부터 아니 11월이 시작되자마자 트리며 캐럴이며

각종 디저트들, 상차림들이 인스타에 도배되고


20대 때는

이때만큼은 애인이 있어야 한다,

애인이 생기자 이때는 꼭 특별한 이벤트를 해야 한다,

결혼을 하니

바빠 죽어도 이때에는 뭔가 비싼 선물이나 식사를 해야 할 것만 같더니

아이가 생기자 하이고 이젠 산타 노릇까지..


숙제이고 과업이 되어 버린

슬프고도 애달픈 크리스마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런 사치스럽고 배부른 날이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비참한 자인 우릴 위해 오신 예수님.

그 놀라운 사랑을 감사하고 우리 이웃을 돌아보는 날이다.


외롭고 헐벗고 배고프고 춥고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괴로운 이웃을 말이다.



작은 과자봉지 꾸러미를 만들어 여러 해 동안 찾아가는 보육원이 있다.

그곳에는 40여 명의 미취학 아동들이 모여 꿈을 키워 나간다.

부모나 가족이 있지만 딱한 사정으로 자녀를 직접 돌보지 못해 이곳에 맡기기도 하고

그런 부모나 가족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라 불리는 사회복지사와 함께 방을 쓰며 잠도 자고 어린이집도 간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이 예쁜 복장을 하고 머리에 산타 모자도 쓰고 나타난다.


아이는 자신을 만나러 온 어른들-통칭 이모, 삼촌들-을 보면서

부끄럽고, 그런데 반갑고,

선뜻 안기고 싶지만 막상 그러지는 못하고

머뭇머뭇, 어색하게 한동안 있다가

자기 옆에 이모, 삼촌이 앉으면 용기를 내 슬며시 무릎 위로 올라와 그 손을 잡는다.


그런데 심통 나는 일들이 생긴다. 친구에게 내겐 없는 핫팩이 들려 있다. 어떤 삼촌이 그 애에게만 준 모양이다.

그 친구가 내 앞에 앉아 내 시선을 가린다. 너 때문에 율동이 안 보이잖아! 발로 뻥 차 버린다. 친구는 울고, 나도 기분이 나쁘다.


이번에는 이모 삼촌들이 무슨 게임을 한다고 했다. 팀을 짜 주더니 순서대로 나와서 제기를 던져 보라고 했다. 그런데 하필 그 친구랑 팀이 되어서는, 또 걔가 자기가 먼저 하겠단다.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순서를 정하는 게 어딨어! 이번에는 그 친구의 허벅지를 정말 살짝 꼬집었다. 또 운다. 뒤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와서 날 데리고 가며 날 안아주던 이모에게 "얘가 샘이 많아요"라고 필요 없는 소릴 한다. 그 이모는 나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내게 실망했으면 어떡하지. 눈물이 계속 나왔다. 저기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재미있어 보여서 다시 우리 팀이 있는 자리로 가서 그림을 그리니까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풀을 엄청 많이 짜서 트리 그림 위에 이것저것 붙였다.

여전히 방해꾼들은 많다. 혼자서 하면 더 예쁘게 할 수 있을 텐데, 어린 동생들까지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자꾸 하겠다고 덤비니 화가 나지만, 큰 트리 모양 안을 별로, 달로 채우고, 리본도 그려보고 이것저것 붙여 보니 재미있다. 한창 재미있는데 갑자기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 사진을 찍자고 했다. 더 하고 싶은데..

이모 삼촌은 이렇게 놀아주고 금방 간다. 신발을 신고, 다시 엄마의 손을 잡고 친구들과 내가 사는 방으로 간다. 여전히 샘이 많은 아이가 되어서.




아이들의 트리를 꼼꼼히 다시 본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보육원에서 부탁한 시간이 있어 항상 아쉽고, 다음에는 이것을 더 준비해야지,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이야기해 본다.

트리에는 알아보기 힘든 글씨들이 한데 섞여 웃음이 나고 귀엽다.

그리고 가장 귀퉁이 구석에는 마음이 아픈 글씨가 적혀 있기도 했다.

한 시간 반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는 그새 정을 주고, 마음을 주었나 보다.

"삼촌, 자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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