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학기 전부터
학기 말이 되면 하는 나만의 행사가 있는데
그건 바로 한 학기 동안 찍은 학생들 사진을 엮은 I MOVIE 동영상을 만드는 일이다.
사실 별 거 아닌데,
괜스레 아쉬운 내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큰데
학기 초부터 찍어 온 여러 사진들
예를 들면
친구와 말하기 연습을 하는 모습이나
토론하는 모습,
나와서 발표를 하거나
가끔 춤을 취거나 연극을 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분명 같은 장소 같은 시간
나 역시 동일하게 존재했던 시공간인데도
지나간 사진들을 보다 보면
왜 그렇게 뭉클한지 모르겠다.
10주라는 시간이
시작할 때는 언제 끝날까 싶을 정도로 길 것만 같은데
끝날 때엔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났나 싶게
쏜살같다.
그래,
쏜살같다는 표현이 딱 맞네.
한번 쏘아버린 화살은 결과가 정해져 있다.
결국 어디론가 떨어져
끝나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
처음 화살을 쏠 때,
과녁이나 목표물을 잘 맞추겠다는
또는
과하게 빗나가게만은 하지 않겠다는
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는
목표나 의식을 가지고 화살을 쏘지
누가
'이 화살을 쏘아졌으니
곧 떨어져 끝나버리고 말 거야!'라고 생각하고
쏘겠는가.
그렇기에 끝을 생각하지 못한 채
지나버리는 시간들, 세월들을
누리지도, 즐기지도 못한 채
어느 날
두둥!
끝이 눈앞에 등장했을 때의 당혹감은,
그저
"엥? 벌써? 끝이라고? 가야 한다고? 이별이라고?
네가? 우리가? 진짜? 하, 거참
이거 세월이 쏜살같구먼!"
이라는 허망한 소리만
내뱉을 수밖에.
쏜살같이 지나버린 10주의 기록들을
5분도 안 되는 영상에 담고
그 앞뒤로 간단한 멘트도 넣어보지만
10주의 추억이 그 짧은 시간에 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그들을 향한 나의 마음을 담는 것도
매우 무리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몇 년 후,
이 영상들을 다시 본다면
그대들도 나처럼
부디 좋았던 것만 기억하기를.
부족한 선생의 모습은
싹 잊고
따뜻했던 기억만 간직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어떤 일을 만나든지
"쏜살같이 어느새 끝나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는다면
즐겁고 행복한 일은
아쉬움이 없도록 매우 정열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지겹고 어려운 일은
어찌 되었든 끝은 오고야 말 테니
버텨보고 참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싶다.
지금 내게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끝장나게 즐겨보자.
지긋지긋한 그것들도
곧 올 마지막을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하며
그렇게 그렇게 해내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