곗돈 모아 해외여행 한번 가자고 10여 년 전에 만든 모임이 있었다. 5년 동안 모은 돈이 1인당 180만 원 정도 되었을 때 멤버들은 떠나자고 했다. 멤버들 중엔 해외여행이 생애 최초인 친구도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 해외여행을 경험한다는 생각에 모두 마음이 들떴었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코로나19라는 훼방자가 나타나서 우리의 여행은 좌절되고 말았다. 그 후로 4년이 흐르고 나서야지난 10월 징검다리 휴일에 우린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모은 돈으로 더 멀리도 다녀올 수 있었지만 각자의 사정에 따라 짧은 기간에 다녀올 수 있는 베트남 다낭을 여행지로 정했다. 물론 후에, 호이안을 경유하는 패키지여행이다. 직장과 가사, 자녀 뒷바라지까지 도맡고 있는 주부들이기에 구체적인 계획을 신경 쓸 수 없어 여행사에 모든 일정을 맡기고 가이드가 권하는 것마다 "오케이"로 쿨하게 응했다. 여행사와 가이드를 믿을 수 있었기에 모든 걸 위탁한 채 3박 5일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여행할 때 필요한 다짐
여행가방을 정리하는 나에게 남편이 여행지에서 사용하라고 용돈 얼마를 쥐어주며 일렀다.
"당신, 여행지에서 야시장이나 면세점 들르면 불필요한 물건들 좀 제발 사 오지 말고 약장사들한테 홀리지도 마시오."라고.
나는 잔소리처럼 들려오는 남편의 충고를 흘려들으며 "별 걸 다 걱정하네요..."라며 눈살을 찌푸렸었다. 해외여행을 한 번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현지에서 홀려서 쓸데없는 물건 사다가 쓰레기처분한 적도 많았던지라 결단코 물건 사는 일에 낭비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여행 첫날부터 동료들은 이것저것 물건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틀째부턴 가방 무게가 초과되는 걸 염려하기 시작했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과 아들에게 줄 망고젤리 과자 외에 구입한 게 없었다. 그런데 셋째 날부터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병을 통치한다는 침향
셋째 날 가이드는 "침향"이라는 나무를 알리는 홍보관으로 여행객을 인도했다. 홍보대사는 한 시간이 넘도록 침향나무를 재배하는 과정부터 침향나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한다는 일종의 호르몬과 같은 침향의 소량의 액체를 채취하여 영양제를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흥미롭게 설명해 주었다. 여행객들은 몸에 좋다는 말에 여행 일정도 잊은 채 홍보대사의 설명에 빠져들었다. 침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혈액을 맑게 청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적은 용량으로도 응급처치가 가능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뇌졸중의 주범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 및 심뇌혈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강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나는 침향은 우리 부부에게 딱 어울리는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300만 원이 넘는 6개 윌분을 현지에서 구매하면 150여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대다수의 여행객들이 주문서를 써서 제출했다. 나도 주문서를 제출하려는 찰나에 동료 한 명이 내 손을 잡으며 한번 더 고민해 보면 어떠냐고 했다. 홍보관을 나와 생각하니 유혹에 빠질뻔한 나를 건져준 동료가 고마웠다. 집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홍삼이니 인삼이니 하는 영양제들도 아직 많이 있다. 분명 침향도 대량으로 구매하여 낭비할게 뻔하다. 그래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소량의 노니 분말은 구입하고 말았다.
야시장에서 충동구매한 것들
마지막으로 들린 전통 야시장에서 여행객들은 이성을 놓았다. 짝퉁인걸 알지만 가방이며 티셔츠며 신발이며 액세서리를 주저리주저리 사들였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멤버들 모두 베트남 전통 원피스를 한벌씩 구입하여 착복하고는 귀국할 땐 베트남 여인들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구찌 가방 한 개, 나이키 커플티셔츠 2개, 언니와 아들들에게 줄 티셔츠도 한 개씩, 전통옷 한 벌, 망고, 초콜릿, 족제비똥 커피, 각질제거제 등 캐리어에 잔뜩 채워서 귀국했다. 역시 난 유혹에 약한 여자라는 걸 증명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