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절인연들에게 보내는 편지
시절인연,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나는 자꾸만 이 단어를 마주친다. 아니면 내가 자꾸만 찾는 걸까. 눈이 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이 단어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닐까.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많은 인연들을 만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친구들과, 평생을 사랑할 줄 알았던 연인과, 내 곁에 항상 있을 것만 같던 부모님까지. 그 인연들의 소중함은 왜 항상 그들이 떠나야만 느껴지는가.
그 인연들을 붙잡으려 했다. 아니,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배워온 게 그것이었다. 소중한 사람이라면 꾸준한 안부연락을, 약속들을 잡아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그들이 모두 함께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놓으면 끝나는 관계였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천천히 왔다. 생일 안부가 돌아오지 않을 때, 잡은 약속이 자꾸 미뤄질 때, 내 눈물 앞에서도 침묵하는 친구의 등을 볼 때. 그럼에도 오랫동안 나는 내게 물었다. 내가 이들에게 기브 앤 테이크를 원한 건 아닐까.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진심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닐까. 반복되는 의심이 나를 자꾸만 몰아붙였다.
그러다가, 문득 군 시절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스님께서 말씀해주셨던 말이다. "인연이란 만남이 있다면 반드시 이별이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이별이 있다면, 반드시 새로운 만남이 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가 바뀌었다. 나는 가는 인연을 붙잡는 대신, 나에게 올 인연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그 시절에, 그 사람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에.
그 다짐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이 다가올 때마다 나는 슬펐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 이별에 담담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슬픔은 약함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인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짧은 시절이었지만, 너희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내 삶의 페이지가 되었다고. 오래 함께하지 못해 여전히 아쉽지만, 우리는 그 순간 누구보다 아름다웠다고. 그 인연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너희가 있었기에 나는 새로운 인연을 맞이할 용기를 배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내 시절인연 중 한 부분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눈을 감은 채 방황하던 내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 그 인연. 고마웠지만 동시에 무너지기도 했던 그 순간들. 그 시절의 나를 기록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