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

by 김태광수

종이책. 이제는 무겁기만 한 시대다.
책장을 열면 먼지 냄새보다 먼저 느껴지는 건, 종이가 지닌 물리적 무게다. 한때는 지식의 권위와 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그 무게가 사람을 짓누르는 것 같기도 하다. 띄어쓰기까지 포함해 7만 자를 넘나드는 글자들이 판대기에 눌러 박혀 있던 시대는 이미 멀리 갔다. 나무를 베어내고, 먹물을 갈아 문자를 새기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USB에도 담기 벅찰 만큼 글은 무겁고, 세상은 가볍다. 글의 무게는 더 이상 종이의 두께가 아니라, 읽히는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야 깨닫는다.

나는 늘 글을 썼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글을 배설했다. 나의 사상, 나의 망상, 나의 혼잣말. 그것들을 마치 세상에 강요하듯 흘려보냈다. ‘쓴다’는 말보다 ‘싸지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그 과정이 창작이었는지, 단순한 발산이었는지는 지금도 헷갈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는 읽히고 싶었다. 아주 단순한 욕망이었다. 조회수, 댓글, 반응. 그것이 곧 내 글의 생존 방식이라 여겼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글은 쌓였지만, 읽는 사람은 늘 부족했다. 심지어 내가 상주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방구석 폐인들조차 내 글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건 미친놈이지.” 그렇게 나는 글 속에 파묻힌 괴짜, 스스로를 고립시킨 자가 되어갔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향해 있었다. 인정받고 싶었고, 존중받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타인을 존중하지 않았다. 내 세계에 갇혀, 나의 언어만 토해냈다. 소통을 꿈꾸면서도, 소통의 조건을 배려하지 못했다. 글은 결국 타인과 나누는 호흡인데, 나는 혼자서만 숨을 몰아쉬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 문득, 아주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제대로 소통하고 싶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내게 다가온 것도 그 즈음이었다. 나는 이곳이 단순히 글을 모아두는 아카이브가 아니기를 바랐다. 누군가의 일상에 스며들고,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라도 머무는 통로가 되기를 원했다. 거창하게 말해 책이 되면 좋겠지만, 사실은 더 사소한 바람이 있다. 내 글을 통해 누군가가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잠시 멈춰 서기를 바란다. 글의 무게를 다시 ‘사람 사이의 무게’로 돌려놓고 싶다.

물론 두렵다. 솔직히 말해, 나는 여전히 미숙하다. 글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에서 자꾸만 ‘내가 쓴 게 형편없진 않을까’ 하는 의심이 앞선다. 그럼에도 이곳에 글을 남기려는 건, 나를 넘어 독자와 만나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다. 읽히지 못하는 글은 결국 혼잣말에 불과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시선이 닿는 순간, 글은 대화가 된다. 나는 그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종이책은 여전히 내 꿈이다. 언젠가 내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누군가의 서가에 꽂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꿈을 향해 가는 첫걸음을 브런치에서 떼려 한다. 이곳에서 내 글을 다듬고, 나누고, 무엇보다 소통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

내 글이 무겁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동시에 가볍기만 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무겁고 가벼운 사이, 날것과 다듬어진 것 사이, 그 어딘가에서 독자와 마주 보고 싶다.

그뿐이다.
그리고 그 ‘뿐’이야말로 내가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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