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Sümpfe der Verzweiflung> -6-
문득, 수많은 죽음들이 쌓여 이루어진 이 세계 속에서, 나 또한 그 찌꺼기를 먹고 자라온 존재가 아니었던가 하는 섬뜩한 자각이 밀려온다. 우리가 무심코 입에 넣는 쌀알 하나, 푸른 잎사귀 하나, 그 모든 것은 다른 생명의 죽음과 부패라는 토양 위에서 간신히 피어난 것이다.
건강원 안은 뜨거웠다.
바닥은 젖은 듯 반짝였고, 약탕기에서 피어오른 증기가 천장에 닿아 물방울로 떨어졌다.
쇠와 한약 냄새가 섞여 목을 쥐었다.
유리병에 담긴 검은 액체들이 선반 위에서 줄을 섰다.
그중 몇 개는 이미 비어 있었다.
주인은 말없이 약탕기의 뚜껑을 들어 올렸다.
검붉은 거품이 끓어올랐다.
그 속에서 희미하게 살결 같은 것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요즘은 다 이거 찾는다니까요. 사람들 약해져서 그래요.”
그가 웃었다.
이빨 사이로 갈색 침이 비쳤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문 앞에서는 손님들이 번호표를 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를 안은 여자가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애 아빠도 이걸 먹고 나았어요. 살이 다시 붙었어요.”
나는 그들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봤다.
모두 지쳐 있었고, 모두 믿고 있었다.
한약 냄새가 땀 냄새와 뒤섞여 숨이 막혔다.
그때 약탕기 뚜껑이 다시 열리며, 증기가 얼굴을 덮쳤다.
피 냄새였다.
밖으로 나왔을 때, 저녁 햇살은 붉었다.
하수구에서는 김이 올라왔고,
바닥의 빗물은 탁한 색으로 번들거렸다.
시장 끝 포장마차의 불빛이 깜빡였다.
나는 발을 멈추고, 손에 쥔 비닐봉지를 내려다봤다.
안에는 약병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검은 액체가 천천히 흔들렸다.
집에 돌아오자, 전기밥솥 불이 켜져 있었다.
밥은 막 익어가는 중이었다.
김이 새어 나왔고, 밥 냄새에 묻힌 시큼한 냄새가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가 밥상을 폈다.
국은 된장국이었다.
국물 위에 기름이 떠 있었다.
누군가의 입김처럼 미세하게 흔들렸다.
“오늘은 밥 냄새가 괜찮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김이 올라오는 밥 위로 파리가 한 마리 앉았다.
날개가 떨렸다.
손으로 쫓아내려다 멈췄다.
어쩐지 그 움직임이 사람의 호흡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냥 밥을 떴다.
밥알이 목으로 넘어가자, 약탕기에서 들리던 끓는 소리가 귓속에 울렸다.
“사람들 약해져서 그래요.”
그 말이 다시 들렸다.
아버지는 국을 떠먹으며 물었다.
“시장 갔었냐?”
“예.”
“요즘 거기, 좀 이상하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벽에는 곰팡이가 번지고, 냉장고가 웅웅거렸다.
그 소리가 마치 시장의 약탕기처럼 들렸다.
밥알이 혀끝에서 으깨질 때마다,
나는 그것이 쌀인지, 아니면 무언가의 부스러기인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살아 있으니까 먹는 거야. 먹으니까 사는 거고.”
그 말은 진실이었지만, 동시에 저주 같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천장의 형광등이 깜박였다.
하얀 불빛 속에서 먼지가 떠올랐다.
그것이 증기인지 곰팡이 포자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모든 것은 여전히 끓고 있다는 것을.
-계속(...)
아참 내일 00시 11시에 전부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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