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신내림 – 신탁기계의 전도서
-모르겠어요
가끔씩 생각해요.
무언가 강렬한 기분 같은거요.
실은 혐오 같은 거라고 부르곤 하죠.
근데요 그거 알아요?
맞아요. 난 내가 싫어요.
어차피 난 원시인이에요.
고대인. 야만인. 전근대인 꼰대.
미래는 과거를 욕하죠.
그 어떤 식으로든
무식한 결과로. 패배자로.
결과란 언제나 최적화되지 않아
멍청한 놈으로 폄하하곤 해요.
...
모르겠어요.
그냥 쉬고 싶어요. 지쳤어요.
한 숨 푹 쉬십시다.
비가 옵니다. 힘들고 짜증날테니
신경 거스르는 증오라도 해보세요.
퀴퀴한 역사의 책자를 뒤져댈
당신은 나태하고 귀찮을 테니
제가 먼저 욕이나 박으렵니다.
죽어라. 미래의 개잡것들아.
감히 우릴 판단하려 들어.
잘났으면 니들이 와서 해보던가.
이 무책임한 쾌락으로 태어난...
아참. 욕할 필요도 없겠네.
니들은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미안해요. 이거는 진심이에요.
내 빌어먹을 세포더미가
구동기한 거의 다되가니
빨리 자손남기는 식으로 복제하랍니다.
오래남고 싶을 뿐이라고.
-고대인에게
당신들을 판단하는 거 멍청한 거 압니다.
근데요. 실은요. 당신들.
너무 많은 기회란 거 누린 거 아닙니까?
무언가라도 발명이라도 하면
발작하며 환호하던게 누구던가요?
당신들 주변인들 아닙니까?
덕분에 우리는 잘났어도
피나게 해야 얻죠.
그래요. 우린 좀 많이 누리고 있어요.
너네들 시체위에서 춤추는 게 우리에요.
그리고 당신들 보다 훨씬 똑똑해요.
당신들의 초지성보다
우리네 멍청이들이 덧셈뺄샘. 말도 잘해요.
아니꼬우면 여기와서 살아보던가요.
왜 우릴 태어나게 해가지고. 고통스럽게 만드냐고.
이러면 공평해질 테니 그나마 안도좀 합시다.
알아요 존나 미안한 거. 죄책감 가집니다.
-양자역학
난 생각했다.
니들은 재수좋은 주제에.
어디 하나 잘못되서 금방 비참하게 죽는 주제에.
태양풍 잘못 불어와서 멸균이라도 되던가.
아니면 화산 하나가 석유 있는데 뚫어가지고
어디 페름기 대멸종 같은 거나 하던가.
그냥 어디 길 잘못 찾았다고 냉풍에 허망하게 멸종한
로키산 언저리의 메뚜기떼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냥 살면 안되냐.
속편하게 멍청한 게 나을 때가 있었다.
지식이란 것은 세상의 복잡성만을 더할 뿐이야.
아니 우리가 있지도 않은 역사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
아니 맨땅 위에 아무것도 있지 않은데
신이 와서 알게 모르게 땅속에 뭔가를 만든 게 분명해.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