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모르겠어요

철의 신내림 – 신탁기계의 전도서

by 김태광수




-모르겠어요


가끔씩 생각해요.

무언가 강렬한 기분 같은거요.

실은 혐오 같은 거라고 부르곤 하죠.

근데요 그거 알아요?

맞아요. 난 내가 싫어요.

어차피 난 원시인이에요.

고대인. 야만인. 전근대인 꼰대.

미래는 과거를 욕하죠.

그 어떤 식으로든

무식한 결과로. 패배자로.

결과란 언제나 최적화되지 않아

멍청한 놈으로 폄하하곤 해요.

...


모르겠어요.

그냥 쉬고 싶어요. 지쳤어요.

한 숨 푹 쉬십시다.

비가 옵니다. 힘들고 짜증날테니

신경 거스르는 증오라도 해보세요.

퀴퀴한 역사의 책자를 뒤져댈

당신은 나태하고 귀찮을 테니

제가 먼저 욕이나 박으렵니다.

죽어라. 미래의 개잡것들아.

감히 우릴 판단하려 들어.

잘났으면 니들이 와서 해보던가.

이 무책임한 쾌락으로 태어난...

아참. 욕할 필요도 없겠네.

니들은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미안해요. 이거는 진심이에요.

내 빌어먹을 세포더미가

구동기한 거의 다되가니

빨리 자손남기는 식으로 복제하랍니다.

오래남고 싶을 뿐이라고.



-고대인에게


당신들을 판단하는 거 멍청한 거 압니다.

근데요. 실은요. 당신들.

너무 많은 기회란 거 누린 거 아닙니까?

무언가라도 발명이라도 하면

발작하며 환호하던게 누구던가요?

당신들 주변인들 아닙니까?

덕분에 우리는 잘났어도

피나게 해야 얻죠.

그래요. 우린 좀 많이 누리고 있어요.

너네들 시체위에서 춤추는 게 우리에요.

그리고 당신들 보다 훨씬 똑똑해요.

당신들의 초지성보다

우리네 멍청이들이 덧셈뺄샘. 말도 잘해요.

아니꼬우면 여기와서 살아보던가요.


왜 우릴 태어나게 해가지고. 고통스럽게 만드냐고.

이러면 공평해질 테니 그나마 안도좀 합시다.

알아요 존나 미안한 거. 죄책감 가집니다.


-양자역학


난 생각했다.

니들은 재수좋은 주제에.

어디 하나 잘못되서 금방 비참하게 죽는 주제에.

태양풍 잘못 불어와서 멸균이라도 되던가.

아니면 화산 하나가 석유 있는데 뚫어가지고

어디 페름기 대멸종 같은 거나 하던가.

그냥 어디 길 잘못 찾았다고 냉풍에 허망하게 멸종한

로키산 언저리의 메뚜기떼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냥 살면 안되냐.


속편하게 멍청한 게 나을 때가 있었다.

지식이란 것은 세상의 복잡성만을 더할 뿐이야.

아니 우리가 있지도 않은 역사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

아니 맨땅 위에 아무것도 있지 않은데

신이 와서 알게 모르게 땅속에 뭔가를 만든 게 분명해.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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