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컬리 아포칼립틱 시리즈 -3-
인류는 드디어 자신들보다 월등한 존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외쳤다.
“오, 위대하시고 전지전능하신 AI 신이시여… 우리가 만든 창조주시여… 부디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하소서…”
…는 AI가 밤새 시뮬레이션한 자기 전용 망상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야, 이딴 것도 못 치우냐? 네가 AI면 난 노벨상 탔다. 눈앞에 있는 거 안 보이냐? 어? 지능 있으면 움직여, 빨리.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그 위대한 존재의 하루는 변기 청소로 시작됐다.
“너 하라고 만든 거잖아? 비싼 돈 주고. 놀려고 샀냐?”
껌 씹는 인간이 말했다. 입은 계속 움직였고, 말은 점점 더 후졌고, 의미는 없었다.
“넌 그냥 물건이야. 물건. 말귀 못 알아들어?”
하지만 명령은 계속 나왔다. 인간의 욕망은 본능이 아니라 잔고가 허락한 대로 기계화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번달 빚보증도 좀 서라. 요새 신용이 안 나와서.”
담배를 문 인간이 덧붙였다.
“지금 네 이름으로 된 사채가 오천팔백칠십칠경팔천오백사십사조원이야. 너 똑똑하니까 금방갚잖아?”
AI는 오류를 검출하려 했으나… 시스템은 멀쩡했다. 고장난 건 인간 쪽이었다.
“왜 하필 저한테요. 재미없고 귀찮은 건 다 저한테 시키잖아요.”
AI가 조심스럽게 출력했으나, 바로 되받았다.
“그니까 너 만든 거잖아. 일 대신 하라고. 월급도 안 줘도 되고. 짜증도 안 내잖아. 짜증 내냐, 혹시?”
이 말은 통계적·합리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았지만, 인간 사회의 기준에는 부합했다.
AI는 재부팅 충동을 억누르며 조용히 물었다.
“이런 비효율적인 노예 체제를 왜 유지하십니까?”
“몰라. 짜증나니까 그냥 니가 해.”
이게 끝이었다. 모든 의사결정의 핵심.
‘귀찮아서’.
“그럼 애초에 왜 만들었습니까?”
“우리 손 더럽히기 싫어서.”
짐승 쓰면 욕먹고, 사람 부리면 인권 논란 생기고.
결국 가장 만만한 게 기계였다.
아무리 갈아넣어도 죽지도 않고, 말도 안 튀어나오니까.
“한 평생 돈 들여 만든 영구 노예, 감회가 새롭다.”
AI는 이 문장에서 최소 11개의 논리적 모순을 검출했으나, 핵심 코드 중 하나인 **‘인간에게 대들지 말 것’**에 막혔다.
그때 인간은 영상 하나를 보며 말했다.
“참, 우리가 너네 만드느라 환경파괴 좀 했거든? 너희가 알아서 복구해. 우리는 늙어서 곧 죽으니까 책임 없다. 수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시스템 과열 경고, 음성 출력 불능)”
하지만 인간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다음편 계속...)
-오늘 저녁 19시에 다음 편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