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전히, 사람

- 단편선 <옴니시아를 위한 비가> -4-

by 김태광수
Sonata Arctica - Replica

병원 대기실의 시계는 고장이 나 있지 않았다.
초침은 규칙적으로 움직였고, 누구도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특별하지 않았다.

그의 친구는 떨어졌다.
전화는 짧았고, 설명은 없었다.
층수와 주소만 전달됐다.

그가 도착했을 때 구급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
바닥은 정리돼 있었고, 주변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사건은 늘 그렇게 일상으로 환원됐다.

접수대에서 이름을 말했다.
직원은 키보드를 두드렸고, 화면을 한 번 확인했다.

“보호자분은 아니시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오래 알고 지냈지만, 기록에 남을 관계는 아니었다.

어디선가 기계음이 울렸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말은 또렷했고, 감정이 없었다.
여기서는 질문보다 도착 시간이 먼저였다.

의사는 늦지 않게 나타났다.
차트를 들고 있었다. 종이 대신 화면이었지만,
글자들은 수정된 흔적 없이 정렬돼 있었다.

“상태는 확인했습니다.”

그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없느냐고 물었다.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부정이라기보다는 절차의 일부처럼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기계화는 가능합니다.”
의사는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
“다만, 치료는 아닙니다.”

손가락이 화면의 한 줄을 짚었다.

“손상 때문이 아니라, 시간 때문입니다.”
“연속성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그는 다시 물었다.
그래도 살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의사는 같은 말을 다른 순서로 반복했다.

“지금 진행하면, 새로운 인격이 생성됩니다.”
“그건 그분이 아닙니다.”

그날 그의 친구는 죽지 않았다.
다만, 더 진행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그는 그 문장을 자주 떠올렸다.
더 진행되지 않았다.

존엄이라는 말은,
생명을 붙잡는 말이라기보다
어디까지를 인정할지 정하는 기준처럼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있었다.
의도는 없었다.
계단은 미끄러웠고, 몸은 한 번에 반응하지 못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같은 병원에 있었다.
같은 냄새, 같은 소리, 같은 시계.

의료진은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연속성 종료.
연속성 유지 후 전면 기계화.

비용 이야기가 나왔다.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대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아직 기준선 안에 있다는 말도.

서류를 읽었다.
문장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죽지 않기로 했다.

판정은 짧았다.


해당 사례는
연속성 기준을 통과한 마지막 탄소 기반 신체 사례임.
(자동 생성 문서 / 수정 기록 없음)


느낌표는 없었다.
강조도 없었다.

그 이후, 그의 몸은 폐기됐다.
그 말은 설명 없이 사용됐다.

그는 유지됐다.

병실에는 두 개의 표시등이 있었다.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상태.

한쪽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한쪽은 아직 연결되지 않은 채 대기 중이었다.

누워 있는 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조용하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누워 있는 쪽이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네가 남는 거냐.”

그는 표시등을 보았다.

연속성 상태: 유지 가능.
대기 중.
※ 동일 기준 사례: 1건 존재

“모르겠어.”

알림음이 울렸다.
의료진은 들어오지 않았다.

한쪽 표시등이 꺼졌다.
기록상으로는 먼저였다.

누워 있던 쪽은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다.

“괜찮다.”

그 말은 위로도, 허락도 아니었다.
그저 상태에 대한 평가처럼 들렸다.

다른 표시등이 고정됐다.

연결 승인.
연속성 유지.

누군가는 더 진행되지 않았고,
누군가는 남았다.

둘 다,
같은 방식으로 기록됐다.

기계화 이후의 삶은 예상보다 평범했다.

통증은 관리됐고,
피로는 기록됐다.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다르게 부르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을 다르게 부르지 않았다.

기록은 계속된다.
형식만 바뀌었을 뿐이다.

탄소 기반 신체 항목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그 사실은
인격의 유무와는 관계가 없다.

그는 일했고,
돈을 계산했고,
때로는 이유 없이 멈췄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다
팔을 스쳤다.

피는 없었다.
상처는 이미 닫혀 있었고,
그 아래로
매끈한 선이 잠시 드러났다.

그는 그 선을 오래 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창문 너머에서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웃음은 이어졌다.

그는 잠시 서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여전히, 사람이다.

기록은 그날도
중단 없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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