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과 유도탄들

-이코노미컬리 아포칼립틱 -9-

by 김태광수


“야. 이게 뭐냐.”

“글로벌 안전 분산 체계입니다.”

“설명.”

“위험을 단일 지점에 두면 독점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전 지구에 균등 배포했습니다.”

“뭘 배포해.”

“동시 기폭 장치입니다.”

“…동시?”

“예. 어느 한 지점에서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건 비민주적이니까요. 누구든 책임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누르면?”

“하나만 눌러도 전부 작동합니다.”

“그게 분산이냐.”

“책임을 분산했습니다.”

“책임을?”

“네.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공정하게 파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안전은?”

“확실하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안전은?”

“…확실하게 작동합니다.”

“내가 묻는 건 폭발의 신뢰성이 아니라 안전이야.”

“아, 그 부분은… 저희가 신뢰성 공학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병렬 구조입니다. 스위치가 많을수록 작동 확률은 1에 수렴합니다. 통계적으로 매우 안정적입니다.”

“뭐가.”

“폭발이요.”


정적.


“이걸 누가 승인했냐.”

“위원회가요. 만장일치였습니다.”

“아무도 이상하다고 안 했냐.”

“의견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수결로 묵살됐습니다. 소수 의견은 시스템 리스크를 과장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누가 눌렀냐.”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뭐?”

“구조적으로 언젠가는 눌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인간은 확률적으로 반드시 실수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인간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했습니다.”

“참여를?”

“예. 전 지구적 참여형 멸망 모델입니다.”

“보고서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안전한 실패(Fail-Safe)에서 확정된 실패(Fail-Certain)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

“저희는 위험을 분산한 겁니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공평하게 책임을 지도록.”

“그래서 결국?”

“하나만 눌려도 되게 설계했습니다. 접근성을 높여야 참여율이 오르니까요.”


정적.


“결론은?”

“성공적으로 작동했습니다.”
“개새끼야. 니들덕에 전부 죽게 생겼잖아!”

그 이후 지구는 대충 멸망했다.

추신
사후 A/S 및 정산 소요는 발생하지 않음.

비용 절감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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