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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Jul 05. 2024

떠나고 싶으면 바로 떠나라

생각만 하면 달라지는 건 없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여행을 매우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엔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기에 내가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했다. 매번 부모님께 어디 가자~! 말은 했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매번 부모님은


"지금은 안돼"

"무슨 여행이야"

"나중에" 이런 대답뿐이었다.


결국 가족 여행은 초등학교 5학년때 아빠 회사에서 보내주신 중국 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른 가족들과 같이 간 여행은 있지만 오직 우리 가족만 간 여행은 한 번뿐이다. 다른 가족과 같이 놀러 갈 경우에도 우리 부모님은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너무 답답했다. 왜 안 갈려고 하는 건지... 어딘가 떠나면 돈이 나가는 건 사실이지만 추억과 경험 쌓는걸 왜 그렇게 회피한 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나는 고3 수능이 끝나고 친구와 오사카 여행을 갔다. 너무 행복했다. 첫 자유여행이었어서 그런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여행을 갈 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일본이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었다. 하지만 생각으로는 전 세계를 다 누볐을 정도이다.


그러다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취미가 여행이라고 했다. 취미가 여행이라고 대답을 해서 매우 놀랬다. 심지어 그땐 코로나 시절이었다. 세계 여행은 제한이 있었던 시기니 제주도를 매달마다 갔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모습에 대단하고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대부분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만 이리저리 생각하다 머리가 아파서 안 가게 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내 소개가 맞다.)


남자친구와 만난 지 99일째 되는 날 남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특별한 전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남자친구가


"100일 기념으로 내일 제주도 갈래?"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당장 내일 제주도를 간다고..? 도저히 상상이 안 가가는 시나리오였다. 내일 바로 어떻게 가냐고 되물었다. 왜 못 가냐면서 자기만 믿으라며 가자고 나를 꼬드겼다. 그전까지 나는 제주도를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기에 고민 끝에 남자친구를 믿고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나는 수능 끝나고 간 일본 여행에서 A부터 Z까지 계획을 세우고 갔다. 공항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몇 분인지, 밥은 뭘 먹을 건지 전부 계산을 했다. 하지만 첫 제주도 여행에서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고 가지 않았다. 내가 제주도에 온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왔다는 거에 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때까지는 여행을 가면 '특별한' 무언가를 하거나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쉬는 여행이 아닌 매번 힘들기만 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이란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더 큰 행복감을 준다는 걸 느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거 먹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제주도를 가고 경주, 서울, 여수, 순천, 대구를 훌쩍훌쩍 떠났다. 코로나가 슬슬 풀리기 시작하면서 다낭과 세부도 갔다 왔다. 무계획으로 말이다. 무계획으로 가면 여행에 대해 기대감도 크지 않아서 여행 후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미리 찾아보지 않았는데 발견한 맛집, 명소에서 더 감동을 느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보고 느낀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또한 계획을 세우다 보면 빨리 떠나고 싶은 생각에 계속 여행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 과정도 나름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빠른 시일 내로 떠나라! 고민만 하면 달라지는 게 없다. 고민할 시간에 여행 한 군데 갔다 오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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