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가격

<1부 : 감정의 도시> 1장 - 감정은 세금이 된다.

by 아름다운 이음

리아는 새벽 다섯 시 정각에 눈을 떴다.

알람도, 새소리도 없었다.

감정세 납부일의 공기는 늘 그렇듯 일정했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립의 온도.


창문 밖의 하늘은 흐린 회색이었다.

이 도시는 감정이 금지되면서 색채도 사라진 듯 보였다.


리아는 침대 옆 탁자에서 얇은 일력 한 장을 뜯어냈다.

2125년 12월 1일 월요일.

감정세 정산이 이루어지는 날.


그녀는 침대 머리맡의

정서 미터기 앞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미터기가 짧은 진동과 함께 자동으로 감정 수치를 읽어냈다.


[행복 0.2 / 불안 0.1 / 무감 99.7]

수치가 깨끗하다.

감정 과다도 없고, 누락된 감정도 없다.

오늘도 무감정이 잘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감정세 계좌를 연다.

지난 한 달 동안 측정된 감정 수치가

국가 서버로 자동 전송되었다.


바로 그때,

몸 어디선가 감정이 빠져나가는 감각이 스친다.

사람들은 이걸 “정서 배출 현상”이라고 불렀다.

대부분 시원하다고 말한다.

더 가벼워지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서.


하지만 리아는 달랐다.

'나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데…

왜 감정세를 낼 때마다 아플까?'


지워진 감정을 되짚는 것 같은 이상한 통증,

그때마다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얼굴…

해답이 없는 질문을 마음속에 삼키며 리아는 옷을 정리했다.


세무서로 향하는 길.

이 시간대의 도시는 무표정한 얼굴들이 흐르는 강 같았다.

길가에서는 시민들이 감정을 줄이는 명상을 하거나

감정 억제 약을 물처럼 삼키고 있었다.


“행복 수치를 0.1 아래로 유지하세요.”

광고판에는 이런 문구가 계속 흘러나왔다.


도로 건너편에서 소란이 들렸다.

감정 통제국 요원들이 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불법 감정 판매자가 분노 약을 팔고 있었고,

구매하려는 남성의 정서 미터기는 이미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분노, 공포, 불안이 동시에 치솟는 위험 단계였다.

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감정이 넘쳐서 세금을 배로 내야 하는데…

왜 굳이 분노 약까지 먹으려고 하는 걸까… 이해가 안 되네.”

단속 요원들이 제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리아는 자연스레 그들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


기록과 증거 수집이 끝나자

요원들은 리아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건넸고,

리아는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감정 세무서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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