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의 굴레, 저희가 바로 초보 사업가입니다.
야심 차게 문을 열었다. 꼬박 한 달을 준비한 팝업스토어였다. 팝업스토어에 담아낼 아이템을 찾으러, 찾은 아이템을 만든 대표님들께 의견을 구하러, 아이템을 소개하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러 괴산에 오간 횟수만 해도 열 손가락이 부족했다. 요식업 대부 백종원이 입에 달고 살았던 “발품을 팔아야 해요”는 우리 같은 소셜벤처에도 주효한 말이었다. 괴산에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아 팝업스토어 라인업을 만들었다. 이제 잘 팔고 수익을 잘 내면 될 일이었다.
수익은 내야겠지만 많이 낼 욕심은 없었다. 우리는 창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괴산에서 물건을 내어주신 많은 분들 역시 우리에게 큰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젊은 사람들이 괴산까지 내려와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니 기특한 마음에 맡겨주셨을 테다. 공간 임대료와 아르바이트 친구들에게 지급할 인건비, 팝업스토어를 위해 구입한 집기와 부품 감가상각을 치열하게 계산했다. 한 달간의 팝업스토어 운영엔 당연히 예비비가 필요하겠다 싶어 야무지게 예비비도 잡았다. 그렇게 우리가 가져가야 하는 최소한의 비율을 수익으로 설정했다. 바로 한 달 전까지 했던 창업지원 직무의 경험을 한껏 활용했다.
그러나 방심은 가까운 곳의 최대 적이라고 했던가. 팝업스토어 이틀 만에 허점이 드러났다. 아르바이트 인건비의 세금 문제로 세무사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부가가치세’, 부가세가 문제였다. 비단 세금이란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있는 것 아니었나. 우린 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대단히 큰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팝업스토어가 끝나고 최종 정산 후에 우리가 벌어들인 수익에 비례해 부가세를 신고하면 될 것이라고 여겼다. 당연히 치열하게 계산했던 수익구조 속에 부가세는 없었다. 편의점에서 껌 한 통을 사더라도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 발생하는 것이 부가세인 것을, 왜 까마득하게 몰랐을까.
초보 사업가의 대가는 혹독했다. 아니 여전히 혹독한 과정 속에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10%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지만 많이 팔리면 조금 곤란한, 뜨거운아이스아메리카노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수익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이미 팝업스토어는 성업 중이고, 이 또한 배움의 과정일지니. 그저 이런 자기 위안으로 견뎌낼 뿐이다. 다만 괜히 쑥스럽고 이불 킥 하는 한 장면은, 수익구조를 셈하며 창업지원의 경력을 한껏 살리고 있다던 과거의 내 모습을 마주할 때다. 끊임없이 스스로 의심했어야 했다. 의심하지 않은 과거의 대가는 현재 매우 혹독하게 다가오고 있다. 마치 부가가치세처럼.
팔면 팔수록 밑지는 가게가 있다?
네, 저희가 바로 그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