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살면서 계속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

꾸준함이 답이다.

by Sonya J

많은 유학생들이나 어학연수를 꿈꾸는 사람들의 환상은 아마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살면 영어 실력이 저절로 오를 거라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언제나 언어공부는 노력과 비례한다. 굳이 해외에 나와서 공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원어민 같은 실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접했으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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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해외에 살면 영어가 늘겠지 하는 환상을 가지고 캐나다에 왔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6개월 정도 여행겸 어학연수로 지냈었는데 6개월 동안 캐나다에서 내가 얻은 거라곤 혼자 있을 때 집에서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라는 피아노 연주곡 하나를 통째로 외워서 칠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영어가 나올라할 때쯤에 한국에 돌아왔다. 이건 물론 사람마다 다르니 참고할 사항이지만 6개월 안에 영어실력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여나 어학연수 3개월, 6개월 하는 단기 연수를 영어실력을 올리기 위해 다녀올 생각이라면 그 돈으로 개인 튜터를 고용해서 영어공부하기를 권장한다. 경험상 어학연수도 좋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8년 차가 돼 가는 나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솔직히 말하면 캐나다 생활 5년 차까지만 해도 내 영어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영어 회화에 자신이 없었다. 여전히 영어 말하기는 완벽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사로 잡혀 있어서 인지 실수 할바에는 그냥 말을 아꼈다. 그 결과 나는 그저 말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나 자신에 회의를 느끼고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제로부터 시작하기로 결심을 했다. 내가 가장 자신 없었던 리스닝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발음부터 다시 공부를 했다. 그렇게 발음만 한 달 동안 공부하고 나니 영어 리스닝이 훨씬 좋아지기 시작했다. 리스닝에 자신감이 생기니 회화도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이런 식으로 내가 취약했던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더니 6년 차 되던 해에 원어민들과 자유롭게 놀러도 다니고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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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 영어실력이 원어민처럼 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어회화의 원리를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 원리는 바로 자신감이다. 지금의 나의 자신감은 80% 정도이다. 8년 되었으니 80%인 샘이다.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는 항상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영어는 언어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만 잘 전달되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영어는 점수로 매겨지기 때문에 실수가 실력으로 해석돼 버린다.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영어는 점수가 아닌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실수해도 상관이 없다. 한국말을 잘 못해도 다 알아듣지 않는가. 똑같은 거다. 영어회화에 대한 원리만 알면 일단은 반은 온 것이다.


나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Short-term memory loss. 물론, 제대로 진단받은 병명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진단이다. 사람마다 뇌기능이 다르겠지만 특히 나는 언어영역을 다루는 뇌 기능이 잘 발달되지 않은 듯싶다. 고등학교 때 국어를 잘 못해서 장난식으로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나 언어장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곤 했다. 책을 읽어도 읽는 순간에는 이해를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학교 시험을 잘 칠 수 있었던 것은 매일매일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외웠다.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주입시킬 필요 없이 이미 머릿속에서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벼락치기를 하지 않아도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멈추면 자연스럽게 그 내용도 사라진다는 점.


나에게 있어서 영어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영어회화에 자신감이 생겼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외우거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장들이나 단어들도 사용하지 않으면 또다시 까먹는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문장을 만들어서 회화는 할 수 있지만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숙어라든가 표현들을 나름 공부해 놨는데 막상 사용하려고 하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또한 발음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또다시 주춤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이유는 단순했다.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꾸준히 해오던 것을 잠시 멈췄을 뿐인데 그새 내 머릿속 메모리칩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영어공부를 멈출 수가 없다. 멈춰서는 안 된다. 내가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영어공부는 매일매일 해야 하는 나의 숙원사업인 것이다. 그래서 틈틈이 영어일기도 블로그에 올리면서 영어표현도 사용해보기도 하고 그전에 필기해 놓았던 공책도 훌터보면서 복습한다. 언어영역이 발단된 뇌를 가진 사람들은 아마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나같이 언어영역이 더 되게 발단된 사람들이라면 꾸준함이 답이다. 가끔 그 사실만으로 지치기도 한다.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한탄도 할 때도 있지만 이것이 내가 캐나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거룩한 부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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