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탈출기

먹어도 먹어도 허전해

by 봉주르진
번아웃이 왔다. 먹어도 먹어도 허전해.


퇴근 후에 좋아하던 운동도 공부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핑계지만 할 마음도 여유도 없었다. 매일 일에 치여 야근을 하다 더 이상 못하겠다 싶어 무작정 집으로 갔다. 가족들과 떨어져 산지 5년 차이고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한데 혼자 있는 게 잔잔하게 좋다가도 어떤 날은 숨이 답답해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이 부쩍이나 늘은 요즘이다.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은 업무, 연말은 일 년을 마무리하는 해이건만 끊임없이 날아오는 문서들, 끝내라는 건 많은데 끝낼 시간을 줘야 끝내지! 하며 혼잣말만 늘었다. 식사시간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혼자 먹기 시작한 지 6개월 차. 내가 우선순위를 못 정해서 일처리가 느려지는 건지.. 일이 많아서 원래 이런 건지.. 혼자 자책하다가도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와 업무로 찾아오는 사람들에 어느새 생각할 틈도 없이 하루는 끝난다.


퇴근 후엔 퇴근을 했는데도 끝내지 못한 업무에 찝찝함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다이어트한다고 차린 풀떼기 앞에서 눈덩이 불듯이 스트레스가 되어 결국 폭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지쳐 잠이 들면 새벽에 업무 생각에 깨는 기분.. 그러나 출근은 일찍 하고 싶지 않다. 혼자 끙끙 해결책을 찾아보려 해도 답답함에 친구에게 한탄하면서도 먹었다. 계속. “배는 고프지 않은데 그냥 계속 먹게 돼. 먹어도 허전해.” 친구는 그럼 안 먹으면 되잖아라고 했다.


사실 그게 되었으면 이렇게 먹고 있지도 10kg 넘게 살이 찌지도 않았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으며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걸 알지만 어느새 보통의 1인분을 잊은 것 마냥 끊임없이 먹는다. 단 하루만이라도 평범하게 먹어봤으면… 진짜 번아웃이 온 건가 싶다. 하필 안 그래도 힘든데 번아웃에다가 폭식까지 온 건지 왜 하필 나인가, 왜 하필 지금인가 싶다. 머리로는 그만 먹어야 되는 걸 아는데도 손은 입으로 끊임없이 음식을 집어넣고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즐기지 않던 과자도, 빵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누가 멈춰줬으면 싶을 정도로.. 분명 후회할걸 알면서도 멈추질 못한다. 이게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