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험 100점 맞은 적 있어?

없는데, 왜 일은 다 백점이 되려 해?

by 봉주르진
한 가지만 물을게. 너 모든 시험
100점 맞은 적 있어?


퇴근 후 번아웃과 폭식으로 힘듦을 꾹꾹 참다가 아빠에게 걸려온 전화에 펑펑 울고 말았다. 그냥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나이는 먹었어도 아빠 앞에선 그냥 어린애였다. 그러다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든 아빠의 말 한마디. 근데 중고등학교 때 전 시험을 백점 맞은 적 있어? 슬퍼서 눈물을 흘리다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에 눈물이 멈췄다. 힘들어서 눈물이 나는데 왜 갑자기 시험이야기를 하지..? 음.. 그야 당연히! 전 과목을 100점 받은 적은 없지..? 머쓱함과 웃음이 나왔다..갑자기 그건 왜?


과연 아빠에게 돌아올 답이 예측이 가능했을까? 나는 아니었다. 생각도 못했던 답이라 당연히 못 맞췄다. 아빠의 말. 근데 왜 일은 다 100점 맞으려고 해? 그래서 더 힘든 거야!

뭐지.. 그러게.. 생각해보니 나 전 시험 백점 맞은 적 없어. 근데 일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고 생각대로 안된다고 힘들어하고 있는 거지? 아빠의 대답에 그냥 말 그대로 머리가 띵했다.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였다. 수능 보던 고3시절에도 백점 못 받아서 슬픈 적은 없었는데 이게 뭐라고 혼자 힘들어하고 있었나 싶었다. 일이 뭐라고 내 기본적인 일상조차 무너짐을 경험하면서까지..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을 정도로 원래도 존경스러웠지만 그 대답을 듣고 나니 그저 감탄만 나왔다. 저런 생각은 왜 못했지 싶었다. 못했으니 이 상태까지 왔던 것도 있지만 사실 그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도 아빠의 당황스러운 질문은 명쾌한 답으로 끝이 났고 마음이 당황스러우리만큼 차분해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실제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날만큼은 저렇게 강력한 만병통치약은 없었다. 부모님만큼 날 이해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줄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런 날이었다. 번아웃 탈출.. 쉽진 않겠지만 용기를 얻은 그런 날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알게모르게 번아웃 탈출기는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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