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나서 괴로워. 괴로운데 또 먹어.
먹고 나서 괴로워. 괴로운데 또 먹어.
한동안 잠잠했던 감정식욕이 솟구쳤다. 공부나 운동 의욕이 솟구치면 좋으련만. 다리를 다치고 난 후 최소한의 운동까지 중단하고 나니 그야말로 ‘감정식욕’ 에지배당한 기분이다. 쓰다 보니 번아웃부터 감정식욕 탈출기까지 점점 ‘탈출기’로 글들이 가득해질 거 같다. 물론 미국여행 이야기처럼 행복하고 웃음 가득한 이야기들만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결론은 있는 그대로를 써보기.
보통의 사람이라면 1~2분을 맛있게 먹고 만족스러운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폭식을 겪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먹고 나서 괴롭다. 하지만 괴로운데 또 먹는다. 하루의 시작이 음식으로 시작해서 음식으로 끝나는 그런 쳇바퀴 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끝내야 하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손과 입은 반대로 움직인다. 꼭 내 것이 아닌 것 마냥. 마치 줄에 매달린 마리오네트처럼. 본인이 먹고 싶은 거니까 먹는 거지 무슨 핑계야! 이걸 겪어보기 전엔 나도 그랬다. 헬린이가 되려고 3시간씩 헬스장에 살았던 때는 음식에 즐거움을 잊을 만큼 식욕 조절이 충분히 가능했었으니 말이다.
8개월 사이에 운동 없이 못 살던 헬린이는 음식 없이 못 사는 식욕쟁이로 바뀌었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음식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음식을 모두 먹어치우면 허탈감과 복잡함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아무거나 먹다 보면 식욕이 잠잠해지지 않을까 해서 이것저것 먹어본다. 역시나.. 나를 과소평가했다. 아차! 싶었지만 그럴 땐 이미 늦었다. 그래도 나중엔 덜 먹어보지 않을까 싶어 이것저것 요리와 주문을 해보기도 한다. 어디서 본건 많아서 젓가락 내려놓기, 음식 음미하며 먹어보기, 생각나는 거 다 먹어보기..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래라고 생각했다면.. 폭식의 ‘폭’자도 시작을 안한 것이다. 베이글, 치즈빵, 프링글스, 김치볶음밥, 우유, 단팥죽, 일명 닭고야(닭가슴살, 고구마, 야채) 하루 안에 이 모든 게 꾸역꾸역 한 사람이 다 먹었다면.. 감정식욕 탈출기를 쓰며 진짜 탈출 안하면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폭식이 시작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을 들여보고 만족시켜줄 만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감정적 허기 즉, ‘외로움’이 큰 경우가 많은 듯하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이런 경우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과 만나보거나, 혼자가 편하다면 조용하고 예쁜 카페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보내기. 아니면 정말 질릴때까지 다 먹어보기. 6개월 동안 몸소 겪어보며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이다. 사실 ‘식욕’보다 ‘감정식욕’이 채워지지 못해서 그런것이다. 진짜 배고픈게 아니라 외로움, 공허함 이런 감정들.. 나 역시 아직은 여러 방법을 찾는 중이지만 말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데 나도 잠시 나무에서 떨어졌다 생각하고 다시 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