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탈출기 2

남은 휴가 다 쓸게요

by 봉주르진
다음 주 남은 휴가 다 쓸게요.

아침에 일어나니 고개를 돌리기가 어려웠다. 기분 탓인가? 지친 마음이 문제라 생각했기에 마음을 달래려고 책도 읽고, 폭식하면 하는 대로,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보기도 했다. 출근이야 어쩔 수없이 한다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먹고, 누워있기밖에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움직여야 해! 이미 게을러졌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건데? 스스로를 내려놓기로 한 거야? 옷도 안 맞고 관리도 안 하는데 거울 봤어? 나에게 쉴 틈 없이 쏘아댔다. 머릿속에선 혼자만의 싸움이 났다. 몸은 움직일 생각도 안 했다. 어지간히 지쳤나 보다 싶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저 다음 주 휴가 그냥 다 쓸게요. 출근 후 업무처리를 하다 뒷목에 느껴지는 저릿한 통증과 이러다 전원 스위치가 OFF 될 거 같은 기분. 배터리가 방전될 때 이런 기분 일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휴가를 다 못쓰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거지 하며 못쓴 휴가는 없어지면 없어지는 대로 나름 아등바등 열심히 일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 번아웃을 겪으며 느낀 직장생활의 큰 교훈! 하나. 휴가는 본인 스스로 챙겨야 한다. 왜냐? 나말고는 휴식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건 지쳐 방전되서 전원 OFF되기 전에 떠나기!


그렇다. 그렇게 혼자 카카오맵에 서쪽을 찍고 무작정 떠났다. 도착한 곳은 ‘대천’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잠시라도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주는 여행선물.

해질녘 고요한 대천 해수욕장

아 이제야 살 거 같다. 뒷목에 저릿저릿 느껴지던 통증도 탁 트인 경치와 잔잔한 파도소리와 함께 잦아들었다. 남 눈치 보느라, 끝내지 못한 일을 붙잡고 있느라, 여기 오지 않았다면.. 잠시 일을 좀 더 빨리 끝낸 기분은 들었겠지만 파도가 주는 고요함과 여유 있음을 느끼진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깜빡깜빡 꺼질랑말랑 일보직전인 내 전원이 방전되지 않아서.

행복해보였던 뒷목습

무엇보다 큰 새우깡 봉지가 들은 백팩을 메고 강아지 두 마리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외로움이 조금은 잦아든 느낌이었다.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혼자여도 괜찮음을. 나름대로 나만의 방법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을. 그렇게 남은 휴가 다 쓰기로 번아웃 탈출기는 진행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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