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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Jun 10. 2024

[미국 일 년 살기 ] 나에게 보내는 편지

EP3. 괜찮냐 너? 

안녕 진아? 누군가 나에게 물었어 "괜찮냐 너?"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아! 하지만 그냥 속으로 삼켰어. 굳이 그 말을 한들 뭐가 바뀔까 싶었어. 그러고는 오랜만에 사람들도 만나러 나가고 새우파스타와 빵을 맛있게 먹고 왔어. 전날 수업이 끝나고 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마트, 스타벅스에 들려 먹을걸 왕창 먹었지 뭐야. 그래서 그럴 바엔 차라리 사람들이랑 맛있는 걸 먹자 싶었어. 사실 먹으면서도 알고 있어. 먹고 나서 후회할 것도 먹으면서도 후회와 자책감이 들 것도. 하지만 그래도 그냥 먹어. 술중독이 되면 술을 놓지 못하듯이 음식중독에 걸린 게 아닐까 싶어. 


의지로 조절이 안 되는 것에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 나를 탓해보기도 하고 울어보기도 하고 온갖 방법을 다해본 거 같아. 타지에서의 외로움으로 나를 달래주던 음식은 어느덧 나를 갉아먹는 음식으로 변해있더라. 너무 좋은 시기를 이렇게 보내고 있는 거에 아쉬움도 가득해. 이렇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웃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을까 이런..? 


가끔은 진짜 팔짝팔짝 뛰고 싶을 정도 일 때도 있어. 내가 선택해 온 이 길이 나를 옥죄어 오는 거 같은 답답함과 슬픔은 말로 다하지 못하는 거 같아.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 왜냐고? 내가 선택해고 온 거라 탓할 사람이 나밖에 없더라. 그래서 내가 나를 더 미워했나 봐. 굳이 이런 선택으로 나를 몰아넣은 게 나라서.. 근데 그때는 이게 최선이었다고 아직도 생각해. 그 자리에서 벗어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막상 현실은 아니더라. 그래도 한동안 떨어져 살았던 가족들과 지내면서 잠시나마 행복하긴 했어. 오래 혼자 살아서 잘 적응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지금의 힘듦을 몰랐나 봐. 


오락가락 매일 이러다가도 가끔은 4개월은 지낸 게 대견스럽기도 하고, 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나에겐 또 큰 자산이 될 것도 안다며 어떤 날은 나를 칭찬해주기도 해. 참 아이러니 하지? 하루는 내가 너무나도 미워서 음식으로 막 풀다가, 하루는 또 좋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니. 마치 혼자 연애하는 것 마냥 그런 상태야. 인생에 있어 항상 좋을 수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 나조차도 못난 내 습관들을 마냥 사랑해 줄 수 없다는 것도. 그래도 노력해 보려는 내게 고맙다고 해보려고 해.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고, 무너져도 일어나 줘서 고맙다고! 백번 무너져도 한 번은 일어난다며 오늘도 또다시 결심하는 나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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