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딸, 군대가다.

Ep13.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선 비극이야

by 봉주르진

“아부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선 비극이야, 그렇지 않아? “ 30대인 내가 60대인 아빠에게 종종 말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아빠입장에선 본인의 삶의 반밖에 경험 안 한 내가 이 말을 했으니 웃기지 않을까 싶다.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보였던 지인들의 어려움(결론적으론 전화위복이 된 것도 알지만 제삼자로 멀리서 보니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고 그런 줄만 알았기에 그렇게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 몰랐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스트레스에 속앓이 하고 있던 나(해외도 다니고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정작 속은 그렇지 않았다) 등등 주변과 나를 보니 멀리서 보면 한없이 좋아 보이는 인생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안 좋은 일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퇴근 후 친구와 통화하며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는지 친구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흥얼거려? 좋은 일 있어? “ 아니, 그냥 좋잖아? 운동 조금 했지 퇴근하고 여유 있게 마트 가고 있잖아?ㅎㅎ 그렇다. 내가 말하고 보니 특별하진 않아도 이 하루 내가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게 스스로 느껴졌다. 그냥 걸을 수 있어 감사했고, 이 시간을 이렇게 온전히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실 이렇게 느끼게 된 것에는 선배의 투병이야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한국에 돌아와 정신없이 보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는데 호전되고 있지만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선배의 모습이 이제는 환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라니…

짠한 마음이 먼저 들었고, 그동안 진작에 살피지 못했다는 사실이 미안하게 가슴에 남았다.

병문안을 다녀온 뒤, 내 삶이 힘들다며 투덜대던 나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 순간, 가장 미안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하루가,

또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던 ‘평범한 순간’ 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그 사실을 떠올리며,

힘겨운 날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여기까지 와준 나 자신에게 조용히 고마움을 건넨다.


수없이 마음이 무너졌고,

수없이 주저앉고 싶었지만

나는 매번 다시 일어났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바란다.

앞으로 또다시 마음이 부서지는 날이 오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나이기를.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나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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