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폭식증에 걸린 군인
”난 (음식)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 다이나믹듀오의 ?(물음표)의 가사같았달까.
내 사전에 ‘운동', '건강'이란 단어는 있어도 단! '폭식증'은 없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내가 폭식증을,한 번도 아닌 두 번을! 기간을 치면 3년 넘는 시간을 고생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힘든일을 겪은 후 공부, 운동에 집착했던 것같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시간이 애도와 위로가 아닌 자책이란 채찍이 된 것이다. 단단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남아 챗바퀴의 삶을 시작했다. 눈을 떠도 Go! 헬스, 당직근무를 해도 무조건 Go! 헬스!
초등학교 이후 처음 보는 몸무게에 도달하고, 원하던 해외교육까지 가게 되어 즐거웠다.되돌아보면 강하게 관리했던 식단과 일상이 첫 시작버튼이었고 계속 되는 스트레스와 바뀐 환경들이 정지버튼을 고장낸 듯 하였다. 해외에 도착하고 밤샘 공부와 바뀐 환경에 식단과 운동은 서서히 무너져갔고 그게 시작이었다. 몸은 미친듯이 음식들을 요구했고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어버린 얼굴과 함께 맞지않는 옷들, 거울 속의 나는 더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훈련때도 눈물로 밥먹은 적이 없는데 처음이었다. 마치 ‘음식 괴물‘이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울면서 빵을먹는다는게 이야기나 들어봤지 내가 해볼 줄이야. 나아질꺼라 기대하며 돌아온 한국에선 오히려 더 심해졌다.편의점에 달려갔고 배달로 한끼에 10만원이 넘는 음식들을 미친듯이 집어넣었다. 월급은 당연히 ‘텅장’이 되어갔고, 빵을 12개씩 먹고도 고통스럽게 위를 부여잡고도 멈출 수 없었다.
EBS 다큐 중 딸의 폭식증으로 어머니가 자물쇠로 냉장고를 잠근 내용을 본적이 있는가? 저게 가능한가, 얼마나 힘들길래 음식을 참기 힘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무슨 맛인지 먹어봐야 안다했는가. 그녀의 입장이 되어보니 이제야 알듯하였다. 한약 다이어트, 점핑등 해본 것은 있어도 안해본 건 없을 정도였지만 싸우자는 듯이 쭉쭉올라가며 또다른 의미의 인생 첫 몸무게에 도달해 버렸다.
마음을 놓아갈 때, 근무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다.(사실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다가 맞겠다.) 해온 모든 걸 두고 과감하게 가기로 하였다. 가족과 친구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고맙고 감사하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애써준 나에게 진심을 다해 고맙다. 환경이 바뀌고 마음이 편안해져서인지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그것이 나의 첫번째 폭식증과 극복기였다.
인간의 기본욕구인 식(음식)이 고통이 되어버린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처절하게 느꼈다. 겪고나니 어둡고 끝나지 않을 거 같은 터널에도 출구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힘든 상황이 오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는 감기라는 것만.. 그것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눈물로 지새우던 매 순간이 괴로운 당신에게 지금은 그 시간을공감하는 누군가가 여기있다고 이 글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