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말 듯

연우이야기 2

by 송미

오월 햇살은 길어서 6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환하다. 아이가 심부름거리가 든 검정봉지 들고 저만치에서 씩씩하게 걸어간다. 나는 보일 듯 말 듯 거리를 두고 잰걸음으로 뒤따라 간다.


연우(가명)의 키가 허리춤 정도까지 왔을 때,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면 이 길을 혼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느새 연우의 키는 나와 비슷해졌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연우의 생각은 키보다 더디 자라서, 우리는 오늘도 길 찾기 연습 중이다.


연우가 자폐성 장애인으로 살아갈 세상도 이러하겠지. 돌부리에 걸리기도 하고, 햇살에 눈이 부셔 찡그리기도 하고, 오르막길을 한참 걷다 보면 지치고 땀나겠지. 그러나 하루 이틀 연습하고 천천히 준비하다 보면, 오늘처럼 성공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리고 혼자 걸어갈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보일 듯 말 듯 거리를 두고 뒤에서 아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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