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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다양할 수 없을까

다양성이 부박한 한국 사회 풍토에서‘대중의 지혜’작가 제임스 서로위키의 말씀, “동질성이 강한 집단은 다양성이 강한 집단에 비해 더 쉽게 결집하며, 응집력이 높아질수록 외부 의견과 고립되고 집단에 의존하는 성향은 강해진다. 그 결과 집단의 판단이 늘 옳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흔하게 목도하는 현상으로 체득한 진리이기에 지극히 옳으신 말씀. 



사회 공동체에서 다양성이 사라졌을 때 결정적 비극은 상존한다. 대개가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주장들은 세력화가 되었을 때, 극단성을 내포한다. 내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것을 군집된 무리에서 확인하는 순간, 왜곡된 확증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중도의 길은 험하고 제값을 못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중용의 가치로서가 아닌 양비론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저작이며 사서의 하나인‘중용’은 동양철학의 중요한 개념을 담고 있다. 극단 혹은 충돌하는 모든 결정에서 중간의 도를 택하는 대표적 유교 교리이다.



중용의 가치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여도 설파되었다. 플라톤은 크기의 양적 측정이 아닌 모든 가치의 질적인 비교를‘중용’이라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정도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것은 악덕일 뿐이며, 그 중간을 찾는 것을 참다운 덕으로 파악하였다. 불교의‘중도’와 비슷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옛 선인들의 말씀이 틀린 적이 없다는 것은 인류의 경험이다. 시대는 다르나 인간의 본성과 이성을 성찰한 지혜이기 때문이다.



극단으로 치달아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이유는 사실 다양성 결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매우 잘못된 결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동력은 대부분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적 풍토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인하기 힘든 현실, 우리 사회에서 보수나 진보는 언제고 맛집이다. 중도의 메뉴로는 찾아올 손님은 극히 드물다. 맛을 보면 중도의 미각도 썩 괜찮을 텐데 말이다.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흔하고 흔한 명제이지만 흑과 백의 획일적 사고보다 상황의 합리성에 주목할 때 다양성의 사회는 가능하다. 그 사회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공동의 관점과 일반적 가치를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늘 되묻는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집단 안의 카르텔은 합리적인가? 적어도 대부분은 아니었다.  



연일 언론에는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의 떠들썩한 집회가 보도된다. 짐짓 뚫려 있는 것처럼 열린 광장으로 보이지만 대중의 시선 없는‘밀폐된 광장’이다. 그 안에는 양 진영 간의 확인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날선 주장이 회오리친다. 그런 가운데 극한으로 치닫는 집단의 주장에 대한 시민의 혐오는 커져만 간다. 그 틈을 노려 진실의 문은 닫힌다. 이쯤 되면 답답해지는 건 국민이다.



한국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진영논리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는 불온한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각자의 논리를 대중 속에 합리화하기 위해 논리는 부조화되며 오류는 당연시된다. 선악을 흐리게 하는 이념 과잉과 승자독식의 지형 속에서 코로나로 지친 국민의 마음은 고립무원이다. 길고도 어두운 전염병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도 공동체의 조력 없는 독자생존을 강요한다. 이래선 안된다.



내편안의 상대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정중하게 지적해 줄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중용’이다. 호불호에 따라 진실을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지극히 편향된 것이다. 옳다고 생각된다면 상대의 잘못을 지적할 줄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중용사회’이다. 여러 갈래의 다채로운 의견들이 넘실거리며 부딪히고 조율하며 일치된 의견으로 모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정치인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응당 행해야 될 책무는 다른 목소리를 수용할 줄 아는 다양성의 미덕을 줄기차게 설파하는 일이다. 



아, 한국 사회, 조금 더 다양해질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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