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공감만큼은 아웃소싱하지 말기

우리 사회가 잘 구분 짓지 못하는 공인과 유명인을 의미하는 셀럽은 그 개념과 역할이 다르다.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닌 일의 성격과 사회적 책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는 공인에 비해 셀럽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감을 위탁할 공인이 많지 않은 것도 주된 이유이겠지만 셀럽의 사회적 공감에 대한 영향력은 공인에 비해 실로 지대하다. 샐럽의 공감능력이 사회구성원의 공감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공감의 아웃소싱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고도 근대화 과정을 거쳐 가며 개인의 자율적 사고나 합리적 판단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기이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잘 살아보세’의 국가가치 우선순위에는 개인보다 집단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은 흘러 우리는 이제 팍팍하고 모진 경쟁이 난무하지만 적어도 보릿고개의 끼니 걱정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나가 개개인의 존엄성과 창의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런 사례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속절없는 군중심리는 정부 주도의 집단지성이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형태의 집단지성으로 분화되고 있고 실제로 그 현상은 사회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셀럽의 자극적 말 한마디와 사건사고가 소외된 이웃들의 겨울나기보다 포털 뉴스를 뒤덮는다. 본질보다 현상이 진실의 척도가 된다. 사소한 문제를 두고도 철학 없는 진영 논리로 갈라 치기가 횡행한다. 이럴 때 공인과 대중, 셀럽과 대중의 공익적 방향으로의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 혼돈과 단절의 팬데믹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살다 보면 사람은 잘 안 바뀐다는 생각 때문에 때로는 깊은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 하긴 타인의 말에 교화되어 스스로의 한계를 성찰하는 깊은 내공을 발휘할 자가 그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품앗이이며 인생의 필연적 과업이다. 혼자서 살 수 없는 인생이기에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내 서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유효한 지혜이자 처세이다.     



공감의 사전적 의미는“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즉, 타인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그의 고통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을 함께 느끼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유별난 재능은 이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만큼 섬세히 진화했다.     



다만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공감은 혐오와 차별의 시대에 저항하는 기제로 작동된다. 특히 팬데믹의 장기화로 타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사회현상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가장 유효한 백신이기도 하다. 고립된 존재로 살아가지만 지금의 시절은 더 악화된 양극화와 더 심화된 차별에 직면해 있다.     



인간은 누구나가 순수의 시대를 지나면 사회화되어가는 과정에 정착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머리로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게 되지만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공감능력을 모든 사람들이 같은 수준으로 다 가질 수는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의 언저리에는 공감의 부재가 어김없이 작동한다.     



누구나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이해불가인 사람들로 인해 힘겨워한다. 하지만 역지사지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자가 진단하는 것이 먼저이다. 나도 그렇다. 대학시절,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입버릇처럼 늘 되 뇌였지만 온전하진 못했다.     



그 말의 의미가 구구절절 스며드는 오십 너머에 무디어진 마음을 곧추세운다. 비로소 ‘모든 것들의 아웃소싱’이 익숙한 시대에 취해있는 나 자신을 처연히 발견한다. 공감능력 향상만큼은 자신의 몫으로 남겨둬야 된다는 깨달음도 다시금 확인한다. 공감, 가장 강력한 생존과 평화의 무기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안태환의 의료인문학] 친절한 태환 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