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월급만 기다리는 경찰관입니다.

경찰 월급의 진실을 파헤치다!

솔직히 일이 좋아서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나는 한 달에 출근하기 싫은 날이 20일을 넘어간다. 사실 사명감과 출근은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보니 나는 매월 20일만 기다린다. 매월 20일은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경찰도 똑같은 직장인이다. 적어도 나는 월급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공무원 월급에 대한 이야기다.

경찰공무원은 일반적으로 행정직 공무원보다 근무시간이 길고, 갑자기 소집되거나 야근을 해야 될 경우가 잦다. 일부 내근부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잔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경리 부서의 경우 회계 마감 때가 되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수사과의 경우 사건이 터지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기도 한다. 내근부서의 경우 월 67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할 수가 없는데, 피치 못하게 67시간을 넘기는 경우에는 무료봉사를 하게 된다. 여하튼 초과근무가 많다 보니 같은 호봉의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해볼 때 월급 차이가 꽤 많이 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월급이 많다는 오해를 많이 한다. 단지 일한 만큼 받는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경찰은 1년에 두 번 명절휴가비와 한 번의 성과금이 나온다. 일반회사와 비교하자면 보너스 같은 느낌이다. 명절휴가비는 본봉의 60%가 지급된다. 5년차 경사인 내 기준으로 약 10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이 입금된다. 나름 쏠쏠한 금액이다. 요즘 명절휴가비를 주지 않는 회사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명절휴가비는 공무원조직의 나름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성과금은 매년 3월쯔음 부서평가 또는 개인평가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는데 본봉의 80%에서 최대 200%까지 지급된다. 그러나 지급률의 변동이 심해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위 퍼센트에서 모자를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매월 20일 뿐만 아니라 매년 명절과 3월이 기다려진다. 

공무원 월급의 단점이 있다. 내 연봉은 4200만 원 정도다. 그러나 매년 공제가 800만 원이 넘어간다. 공제의 대부분이 공무원퇴직연금이 차지하고 있다. 매달 약 30만 원씩 공무원연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슬픈 현실은 공무원연금법안 개정으로 점차 지급 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평균 수명이 약 64세 정도라고 하니, 재수 없으면 받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금 납부를 선택할 수만 있다면 연금이 아닌 몫돈으로 모으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전세대출 등을 받을 때는 세전 연봉을 따지기 때문에, 공제가 많이 되면 많이 될수록 받는 임금은 적은데, 대출 금리 등에서는 연봉이 높다고 불이익을 받는다. 

그렇지만 경찰은 국가공무원이다 보니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월급은 꼬박꼬박 지급된다.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만 잘 처리하면 이른바 ‘마이웨이’ 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이런 직원들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서로 협조가 필요한 업무가 많아 싫은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쓸데없는 야근이 하기 싫어 칼퇴근을 하면서도, 잘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굉장한 메리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