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것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아마 2016년쯤이었던 것 같다. 인간 최강의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AI 알파고가 대결해서, 이세돌이 단 1승을 거두었던 놀라운 사건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당시 회사 동료에게 호기심삼아 물어보았다.
AI가 개발자(프로그래머)를 먼저 없앨까요, 디자이너를 먼저 없앨까요?
개발자는 나름의 이유를 들어 개발자라고 우기고, 나는 디자이너라 디자이너가 먼저 사라진다고 빡빡 우겼다.(벌써 7년 전이라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사람의 의도를 컴퓨터가 작동할 수 있는 코드 및 파일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또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다. 사람과 컴퓨터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니만큼 그 사이를 컴퓨터가 더 저렴한 방법으로 직접 메우겠다고 하면 바로 책상을 빼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래도 그 미래가 좀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 10년도 안 되어서 ChatGPT라는 것이 나와버렸다. 그러니까, 채팅창에
"이미지 파일의 가로 사이즈를 1000px로 비율을 맞춰서 조정하는 파이썬 코드를 만들어줘."
라고 하면 AI가 코드를 만들어서 주루루룩 뱉어준다는 뜻이다. 어머나 세상에! 물론 "인스타그램 스타일의 SNS 피드를 만들어줘" 하면 화면을 짜주는 AI도 있다고는 하지만 다행히 아직은 그렇게까지 대중적이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디자이너는 "이것도 넣어주시고 저것도 넣어주시고 저건 좀 키워주세요." 라는 요구사항에 시달리고 있다. 또는 "구매 화면으로 전환이 잘 되는 상품상세페이지를 만들어주세요." 같은.
지금 이 글을 쓰는 블로그 플랫폼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엔진, 또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려면 뭐 하나 간단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기술이 고도화되었고, 돈도 많이 걸린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1999년으로 거슬러올라가면(그렇다, Latte is horse...) 그렇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가 만들고 싶은 내용으로 html 페이지 하나 뚝딱 만들어서 출판하고, 게시판 서비스 가입해서 링크 하나 얻어가면 사람들이 게시판에 와서 "오 훌륭하네요" 부터 "이런 내용 끌어모아서 뭘 만든거냐"까지 별 내용을 다 쓰곤 했다.
하지만 너무 사랑해서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은 23년 뒤에는....
글의 다음 내용은 이 블로그에서 이어집니다.
https://plantshower.postype.com/post/15082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