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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Nov 13. 2023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중국차를 만나다

정산당에서 무이산 워터를 싸들고 서울에서 연 다회에 참석해 보았다

중국차를 마신 지 어느덧 만 3년이 넘었지만 코로나 문제 등으로 인해 현지에 가볼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사이버로 배송받아서 동영상을 보고 아니면 차 우리는 법 레시피를 보고 휘뚜루마뚜루 우려보는 것이 다였다.


차는 본질적으로 기호식품이니 내 입에 맞으면 장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차가 어떤 물 맛과 수질 특성에 맞게 디자인되었고 현지인들이 원래 즐기는 기준점이 되는 맛과 향, 공간적 조건을 알고 난 다음 내 마음대로 조절하던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좀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산당은 올해 이런저런 차/음료 박람회 행사에 다수 참가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갈 수 있었던 때도 있고 아닌 때도 있었다. 다만 첫 행사에서 찻물을 우려주면서 한국 생수로 우리니 뭔가 다르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음 행사부터는 아예 무이산 워터… 차용 생수라는 것을 현지에서 싸갖고 온 게 오 차의 나라는 다르구만… 하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덬친님들과 사이버조사를 해보니 이 물이었다

나는 한국 생수를 사용한 시음 / 무이산 생수를 사용한 시음을 다 해봤는데 역시 물보다도 박람회장의 시음 환경, 종이 다구로 여러 번 우린 것을 돌려마실 수밖에 없는 데서의 맛과 향 차이가 더 크다고 느껴졌다.


중국 사람도 한국 사람에게 자기들 차를 온전히 전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못했겠지? 아무튼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지 무이산 워터를 사용한 진득한 다회라는 것을 한다고 하여 또 부랴부랴 쫓아가게 되었다. 참가비가 10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현지에 직접 가는 것보다는 싸다는 감각으로 참석했다.

다회에서 아름다운 국가 공예사..(한국으로 치면 인간문화재) 선생님의 아름다운 자사호도 넋놓고 감상했다

무이산 현지의 물맛이 주는 차이는?

거의 3시간을 이어졌던 차회 순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금준미

비자소

소신농가 야차

정산소종 본색

진년 정산소종(비매품)

무이암차 용과유곡

마지막 비합리적인 가격 끝판왕 고급차들 이외에는 집에서도 여러 차례 우려마신 경험들이 있었다. 일단 무이산 샘물은 한국 물에 비해 약간 끈끈하고 단 맛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야차의 약간 야성적인 풀내음이나… 훈연 정산소종을 마실 때 스모키함이 좀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오히려 금준미, 비자소, 고급 암차는 그 자체도 약간의 단맛 베이스가 있으니까… 그렇게 드라마틱한 차이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차마시기 좋다고 평판이 나 있는 한국 생수(삼다수, 백산수)는 좀 더 차가 가진 향미를 빨리 우려내기 때문에(떫은 맛까지도…) 그래서 다관보다는 개완으로 최대한 빨리 우려내면 우리집에서도 비슷한 결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품감 카드를 통한 중국식 차 감상 방법 및 불빛으로 차를 아래에서 비춰보면 색이나 부유물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익혔다.

끝나고 돌아오는 김에 랜덤 선물상자를 받아왔는데, 마침 차회에서 다예사 선생님이 사용하신 그 다구였다. 이거 정산당에서 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작을 줄 몰랐다. 물을 채워봤더니 만수 100ml가 좀 넘는 정도.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레시피상 투차량이 150ml가 들어가는 큰 개완 기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약간의 혼란이 왔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손기술과 물만 다르게 똑같은 조건으로 똑같은 차를 우려마셔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고 며칠간 조금씩 실행하게 되었다.

금준미

빨리 우려냈더니 싱크로율이 92%에 가까워졌다…?

마두암 육계(용과유곡이 없어서)

가격 차이가 18배에 달하기 때문에 재현한다고 하기는 좀… 하지만 컨디션에 따라 탄배향이 불쾌할 정도로 강하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이건 산지에서라면 물이 중화해줄 수 있을 지도.

정산소종 본색

다회에서는 이제 짬이 차서 훈연향도 그럭저럭 기분좋게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드라이하고 매트한 한국물로는 좀…

무이산 물을 직구하면 어떨까?

제품을 타오바오에서 찾아보니 가격이 아주 비싸지는 않았다. 한국 생수랑 비슷한 정도..? 생수는 기본 구입 단위가 많고, 물은 무겁고, 해외직구는 kg이 늘어나면 배보다 배꼽(배송비)가 늘어나서 쉽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기본이 4리터 8병 단위인데! 아무리 해운 배송이라도…. 정산당 선생님들이 직접 팔면야 그 또한 사다먹을 의사가 있긴 한데… 살다살다 물을 해외직구할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요약

삼다수/백산수는 오리진인 무이산 물에 비해 dry하고 물의 점성이 옅으며 차의 맛 성분이 더 빨리 우러나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단 맛을 기본적으로 가진 금준미, 비자소, 무이암차들이 개완을 빨리 다룰 수 있다면 한국에서 마시기 유리하다. 또한 다관보다는 개완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차 맛은 물이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통용되는 물 맛을 알아두는 것이 특정 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수 직구는 좀…. 아무리 미친 사람이라도 오바에바쎄바인 듯…..(다회 참석자 중 달고 끈적하니 걍 음료수로 마시고 싶다는 분도 있었는데 그것에는 공감했지만….) 하지만 에비앙 볼빅 같은 느낌으로 유통된다면 사먹어볼 의사는 있다.

중국 사람들은 생각보다 찻잎을 낭비해가며 진하게 먹는 스타일 같다. 배덕감마저 드는 진한 맛 하지만 1회당 두 배가 되는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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