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마파두부의 얼얼한 맛과 넉넉한 차 시음 인심에 넉다운
진마파두부는 한국사람에게 제일 유명한 청두 음식점이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한국산 뚝배기에 절절 끓고 있던 최초의 마파두부를 백종원씨가 맛있게 먹는 거 한번씩들 다 보셨쥬…?
진마파두부는 여기저기 지점이 있는데 이미 가본 네이버 블로그 선생님들이 >>본점<<을 가야 그 분위기랑 맛이 나온다고 그래서 또 굳이 거기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어차피 춘시루에서도 10분 안쪽 거리이긴 하다.
陈麻婆豆腐(总店) 을 찾아서…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2시 30분, 오후 5시-9시이다. 브레이크타임은 근래 생긴 듯 하다.
5시 땡 하고 들어갔는데도 제법 사람이 많다. 분위기는 우래옥이고, 메뉴나 음식솜씨는 일일향이고, 가격과 메뉴판 가짓수는 김밥천국이다.
그리고 이 식당도 메뉴가 종이다.. 아악 중알못 살려! 이렇게 많은 메뉴를… 종이에 써놓으시면 어떡해요…. 다행히 마파두부는 맨 위에 있기 때문에 마파두부를 시키기는 어렵지 않다. 2인/4인 이상 사이즈 중 선택할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 후기를 읽으면 다들 마파두부를 먹으러 오는데, 마파두부를 먹으러 오기 때문에 다들 남기고 간다.
2인이라는 데서 짐작할 정도로, 양이 상당히 많다. 애초에 이 음식은 강된장 정도 간인데 해물뚝배기 사이즈에 가득 채워주니까요…? 2위안을 추가하면 밥을 주는데, 일반인 3인분 정도 양이라 기절하게 된다. 그런데 이 음식은 진짜 놀랍게도 한입 떠먹으면 음… 안매운데? 그러다가 2분 뒤 마—- 함과 라—-함이 캐리비안베이 파도풀처럼 솨아… 밀려온다. 얼마나 입이 얼얼한지 이 사이사이 잇몸 구석구석이 아려온다. 심지어 혀가 마비되어서, 마파두부를 한숟갈 떠먹고 한 5분 정도는 다른 음식의 맛을 볼 수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니까 이걸 시켜서 일반적인 한국인이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여럿이 가서 2인분을 시켜 에버랜드 티익스프레스 가는 기분으로 조금씩 나눠먹어야 할 것 같다. 마라의 화신같은 액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마라 이외에는 어떤 맛도 절멸시켜버리는 엄청난 맛이다. 따라서, 음식이 아닌 체험의 카테고리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본다. 오기 없이 그저 입에 맞아서 혼자 완뚝할 수 있는 사람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 나의 반려인은 3인분은 너끈히 먹는 먹짱이기에… 궁보기정과 누룽지탕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여기 궁보기정이 맵지 않되 감칠맛이 좋고 누룽지탕도 바삭바삭한 것이 여기가 본고장이구나를 알 수 있는 맛이었다.
누룽지탕은 铁板海鲜锅巴汤
궁보기정은 宫保鸡丁
잘 찾아보면 한국 차이나타운에서 먹었던 어향육슬, 경장육슬 같은 것도 보인다. 하지만 가격은 절반에 못 미치되 한국 중식집에서 나왔던 양의 세 배는 나오기 때문에… 시킨 걸 다 못 먹고 갈 수 있다. 누룽지탕 그릇은 뭔 세숫대야인가 했다.
이렇게 먹고 114위안, 2만원 나왔어…. 먹짱에게서 청두 음식점에 드디어 걸리는 합격 목걸이! 단돈 2만원에 굶은 먹짱을 맛있게 배불렸다! 조리에 중식적 근본이 있고, 깨끗하고, 음료를 시킬 때 삥을 외치면 냉장고에 넣었던 음료를 준다. 단지 이집에서 직접 만든 음료와 차는 지독하게 맛이 없기 때문에 콜라… 같은 완제품을 시키는 게 좋을 듯 하다.
한편, 마파두부를 내가 네 숟갈 떠먹는 동안 반려인은 이… 지독한 마파두부를 완뚝했고, 혈중마라농도가 초과하여 지금도 금마라기간을 갖고 있다. 이걸 먹고 나서부터는 마라 냄새도 싫다며 마라 거부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걸로 봐서는 다 먹으면 엄청난 마라함이 밀려들어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리츠칼튼 호텔이랑 같은 건물에 있어서, 리츠칼튼에 묵으며 중국 김밥천국 뿌셔보기 같은 플랜도 가능할 것 같다.
식후땡을 할 겸 차를 사러 추천받은 일엽몽산 一叶蒙山(宽云窄雨形象店)으로 갔다. 지도 가는 길이 좀 이상하게 잡혔는데, 청두에는 콴자이샹즈라는 인사동 거리가 있고, 인사동 안에서도 차 없는 메인 거리가 있는데 그 한복판에 있었다. 그래서 택시가 그냥 인사동 입구에 숑 내려주고 가더라.
사실 사천, 옛 촉 지방은 아주 오래전부터 차가 나던 곳이고 몽산이 특별히 차 산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들어가보니 차를 마실거냐 살거냐 그러는데 역시 팅부동으로 시작하여…
차를 거의 2시간쯤 시음하고 한박스 사갖고 나왔다. 대륙 찻집들은 시음 인심이 너무 좋아서 차 마시는 티룸 갔다가 찻잎을 사러 가면 물배가 터질 수 있다. 녹차 몇 종류와 자스민 가향녹차, 홍차 다섯 가지를 시음했다. 홍차도 하나 사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건 너무 비싸서 사질 못하고… 한편 다예사인 듯한 분에게 물에 대해 물어보니 일엽몽산에서는 대부분 차 우리는 데 중립수를 쓴다는 답변을 들었었다.
자스민차도 고급스럽게 개별 포장이 되어 있다. 안에 고급 다기도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감히 한국인 여행자가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눈만 반짝이고 나왔다.
쇼핑백을 들고 나오니까 갑자기 여성 두 명이 이 차 얼마주고 샀냐~ 그래서 팅부동 한궈런 그러니까 갑자기 신기해하고 한국… 케이팝… 하고 있어, 앱을 뒤져 얼마 주고 샀다고 하니 갑자기 자기 가게를 가리키며 짜잔-! 하는 것이었다… 와 이런 신개념 호객이 ㅋㅋㅋ 하면서 깜짝 놀라버린 한국인 두 사람.
벌써 날이 어둑해졌고, 날이 너무 더웠던 탓에 속옷과 양말이 부족해져 유니클로를 들렀다 가기로 했기 때문에 닫을 시간에 맞춰 돌아가느라 관광 거리를 제대로는 구경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청두의 인사동이지만 도로는 대체로 생야생으로, 택시를 잡아 타는데 자전거가 싱싱 달리고 있고 노점에서 파는 전자폭죽이 위에서 피유웅 터졌다가 떨어지고… 신기한 곳이었다. 다만 이제 3일째 있었다고 이동네 물가에 감이 잡힌 나머지 길거리 음식은 아무것도 사먹지 않았던 것으로.(거의 명동이나 인사동 노점 수준의 가격이라 보면 된다)
언제까지 폐원 예정이라는 것도 안알려줘… 그저 매일 저녁에 다음날 폐원 예정이라는 공지를 올릴 뿐인 중국 국가기관의 답답한 일처리. 혹시나 마지막 체류일이라도 문을 여는 건 아닐까 0.5%의 가능성으로 했던 희망고문마저 이날 저녁에 모두 끝나버렸다. 오후 5시 20분이 되어서야 마지막 체류일인 9월 21일에도 선슈핑 판다기지가 폐원한다는 공지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짧은 여행의 마지막 24시간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