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흔적과 책임
글쓰기에 대하여~
글쓰기는 내 사유의 표현이자 정돈이며, 스스로에게 건네는 확인이다. 글쓰기는 나에겐 완성의 결과가 아니라 나의 사유의 과정이 지나온 흔적이다. 또 나에게 글쓰기란 세상을 향한 설득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나의 고백이다. 그래서 글에 대한 타인의 공감은 이미 나에겐 초월의 영역에 존재하며, 어쩌면 우연히 주어지는 달콤한 선물에 가깝다. 키르케고르는 ‘주관성이 진리이다’라고 말했지만 그 말은 각자의 진리가 제각기 고립된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실존에 끝까지 책임을 요구하는 것에 가깝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다만 나의 사유가 미치는 지점까지 성실하게 기록하는 책임을 질 뿐이다. 요즘 AI시대의 글쓰기는 속도와 깊이 사이의 줄다리기이다. 기계는 점점 빨라지고 방대한 정보로 더 보편적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인간의 글쓰기는 더 천천히, 더 의식적으로, 더 주관적인 책임으로 내면 깊숙이 침잠해야 한다. 글쓰기는 유한자인 인간이 무한성을 욕망하는 행위이다. 이성은 언제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한계를 인식하면서 사유는 성숙해진다. 우리는 완성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무한을 희구한다. 글쓰기는 바로 그 긴장을 견디는 형식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독으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그 고독의 끝에서 창조의 희열을 맛본다. 하지만 글은 본질적으로 저자와 독자 사이에 필연적 간극을 낳는다. 이해란 전달이 아니라 해석의 사건이다. 저자는 의미를 강요할 수 없고 해석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글은 완전히 전달되지 않음으로써 자유롭고, 완전히 이해되지 않음으로써 살아있다. 글쓰기는 인간존재의 유한과 무한사이에서 사유를 견디고, 고독속에서 자기를 마주하며, 의미를 자유롭게 탐색하는 행위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사유와 존재의 깊이를 경험한다.
2025 12월 冬至에 冬安居中
獨楽齋에서 幽人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