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기회

그 사이에 머문 진국

by diogenes

원칙(原則)과 기회(機會)~

- 그 사이에 머문 진국 -

사람을 평가할 때, 우리는 두 범주로 나눈다. 원칙주의자, 기회주의자. 원칙주의자는 기준(基準)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익보다는 믿음을, 계산보다는 사명을 앞세운다. 일관된 생각과 비타협적 태도를 지닌 그들은, 상황을 통과시키는 대신 먼저 기준을 세운다. 반대로 기회주의자는 상황을 보고 기준을 정한다. 이익과 계산에 따라 성격과 태도를 민감하게 바꾸고, 타협을 능숙하게 한다. 그들은 선(線)을 긋는 사람이 아니라 선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일관성이 있다고 믿지만, 그 일관성이 원칙이 아니라 유리함에 있다. 둘 다 나름의 선을 가지고 있다. 원칙주의자에겐 선은 경계(境界)다. 하나는 넘지 않기 위해 존재하고, 다른 하나는 넘나들기 위해 존재한다. ‘진국’이란 말이 있다. 진국은 원칙주의자에 가깝다. 내부에 고정된 기준을 가진 사람, 불리할 때 드러나는 사람. 하지만 완고한 원칙주의자가 진국이 아니다. 진국은 원칙이 있으되 사람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고집은 있으되, 상황을 전혀 외면하지 않는다. 즉 진국은 사람을 향한 원칙을 가진 사람이다. 그럼 왜 기회주의자는 진국이 아닐까? 위험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국은 계산을 멈춘 자리에서 드러난다. 조직으로 확장하면, 기회주의자가 리더인 곳에서는, 일은 되지만, 사람이 남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엇을 잘하면 되는지를 배우기보다, 누구에게 맞출지를 배운다. 반면, 진국형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는 일이 조금 늦어도 사람이 남는다. 사람들은 리더를 설득하기보다, 자기 판단에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 조직은 리더의 말을 닮지 않고, 리더의 사유를 닮는다. 그래서 사회가 성숙할수록, 카리스마보다 진국형 리더가 평가된다. 세상에는 기회주의자와 원칙주의자만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사람의 종류가 아니라 사유를 돕기 위한 좌표(座標)에 가깝다. 사람은 그 사이를 오가며 산다. 상황에 따라 기울고, 때로는 스스로 선을 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서 있었는가가 아니라, 흔들린 뒤 어디로 돌아왔는가이다. 우리가 누구를 진국이라 부를 때, 그 말은 결국 그 사람의 위치가 아니라, 그 사람이 끝내 머문 자리를 말한다.


2026 2月初, 다시 한파가 오다

獨樂齋에서 幽人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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