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그러더라. 발리는 인생 여행지라고. 예전부터 발리라는 나라에 마음이 쓰인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고 싶었다. 인생 여행지라고 붙일 만큼 좋은 곳일까? 그저 호기심으로 선택한 나라다.
언니 언니는 발리가서 뭐 하고 싶어?
대뜸 물어보는 동생의 질문에 생각 없이 내뱉는 말
난 거북이를 보고 싶어. 바닷속에서.
그 말 한마디에 나와 동생은 길리섬으로 향했다.
길리섬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내가 처음 머물던 짱구에서 빠당바이까지 꼬박 2시간을 택시를 타야 했고, 빠당바이에서 길리까지 배로 2시간은 들어가야 했다. 빠당바이는 항구가 있는 작은 도시였다. 무서운 곳이었다. 빠당바이에 도착하고 나니 그저 낯선 우리를 얕보며 바가지를 씌우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장사꾼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식당과 길거리에는 엄청나게 큰 개들이 지나다녔고 광견병을 조심하라는 엄마의 조언에 따라 우리는 개들이 조금만 다가와도 지레 겁을 먹으며 도망 다녔다.
빠당바이 항구에서 길리로 들어가는 배에 올랐다. 예전부터 멀미가 심했던 나는 뱃멀미를 걱정하며 멀미약 두 알을 삼켰다. 짱구 약사는 하나만 복용해도 괜찮을 것이라 일렀지만 앞날이 무서운 나는 두 알을 먹기로 했다. 한국 멀미약보다도 한참 작은 두 알약은 너무 작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댈 곳은 그뿐이었다. 그 작은 것이 나를 뱃멀미로부터 구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 안의 사람들은 빽빽했고 굉장히 후덥지근했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나왔다. 옆에 앉은 덩치 큰 외국인 때문에 몸을 쉽게 누이지 못했다. 창문으로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쬈다. 얼굴이 실시간으로 익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점점 얼굴이 시뻘게졌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햇빛에 강제로 얼굴을 바치며, 뱃멀미 때문에 고통받을 미래의 나를 걱정하며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도착했다. Gili Island.
참 이상한 곳이었다. 발리라고 생각하고 향한 곳이었으나 발리와는 아예 다른 어엿한 하나의 섬이었다는 걸. 들어가자마자 내가 마주한 세상은 길거리에 말들이 판을 치는 모습이었다. 나의 28년 인생 중 봤던 말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말들을 마주했다. 그게 길리의 시작이고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