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지 아십니까?
첫 번째. 매연.
발리의 길바닥은 매연으로 가득했다. 대중교통이 없는 탓에 사람들은 자동차를, 자동차를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탔다. 도로는 혼잡스러웠고 무질서 속 질서를 지키며 수많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누볐다. 덕분에 택시를 이용한 날에는 이동시간이 길어졌다. 나중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나 또한 길거리를 누볐다. 차와 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며 시간을 절약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숨을 들이쉬면 매연 냄새가 내 폐를 한껏 채웠다.
발리에서는 오토바이의 경적소리와 매연 냄새로 시내를 가득 채웠으나 길리의 도로는 사뭇 달랐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가 지나가는 종소리 들렸다. 자전거 체인 소리와 사방에서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색적이었다. 나는 아침마다 그 소리를 즐겼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주변의 소음을 음미했다. 딸랑딸랑. 다그닥다그닥. 길리의 사람들은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했다. 그 어디 도시 사람들보다 느리게 움직였으나 그런 시간이 모여 사람들을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개.
최근 뉴스에 발리에서 개에 물려 죽었다는 뉴스를 너무 많이 봤다. 부모님은 발리로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개를 조심해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실제로 발리에는 개가 참 많았다. 한국보다 덩치가 있지만 아주 마르고, 심지어 목줄이 채워져있지 않은 개들로 붐볐다. 우리는 개가 있으면 반대편 인도로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다. 불안한 날들이었다. 저 개들이 언제 우리를 물지도 모른다는 마음이었다. 발리의 개들은 이미 우리가 그들을 무서워한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길리는 개가 한 마리도 없다. 섬이라서 개가 들어올 수 없었나? 신기했다. 덕분에 길거리를 자유롭게 누볐다. 개가 없는 대신 고양이가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고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채취를 남기고자 꼬리를 살랑이며 한껏 비볐고 옷가지마다 털을 묻혔다.
세 번째. 경찰.
길리섬에 처음 오고 나서는 기분이 나빴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인데 자꾸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호객 행위라 생각되어 듣고도 무시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니 나도 모르게 인사말이 튀어나왔다
아침에는 굿모닝. 점심에는 굿애프터눈. 저녁에는 굿이브닝.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자면 모르는 사람들이 스쳐가며 계속 인사를 했다. 나도 같이 인사를 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길리는 옷깃이 스치기도 전에 기어이 인연으로 만들고야 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사가 그 사람들에게는 그저 의도 없는 호의의 표시였다는 걸. 길리섬은 모두가 친한 작은 동네였다.
그래서 그런지 길리에는 경찰이 없었다. 마을 순찰대가 길리를 지킨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다리만 건너면 길리의 모든 사람은 서로를 알 정도였다. 암묵적인 약속과 신뢰 속에서 만들어가는 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