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ub 전자책 편집 Tip
좀 더 많은 독자들께 책을 보이고 싶은 욕심에 전자책을 제작했습니다. 전문가에 맡기면 편하겠지만 만만치 않게 발생할 비용이 부담됩니다.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전자책 편집을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직접 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알아보니 전자책을 만드는 방법은 2가지로 나뉩니다. PDF 파일로 제작하거나 ePub 파일로 제작하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PDF 방식은 종이책과 제작 방식이 유사합니다. PDF 문서를 인쇄해서 보느냐 기기에서 조회하느냐가 다를 뿐, PDF 문서 자체를 만드는 방법은 동일합니다. 양면 편집을 하는 종이책과 달리 단면 편집을 해야 한다는 점, CMYK가 아닌 RGB로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 외에는 편집 방법이 종이책과 같습니다. 종이책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단점이라면 일부 기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독성 저하입니다. 작은 기기에 맞춰서 축소된 PDF 글자를 읽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을 만드는 저자의 편의와 독자의 불편을 바꾸는 제작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Pub 방식은 종이책과 제작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XML이라는 형식으로 서적의 구조를 짜고, 이에 맞춰서 XHTML 형식으로 내용을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도서 표지, 서지 정보, 속표지, 목차, 본문 챕터 1, 본문 챕터 2 등으로 구조를 정의하고, 각 부분을 하나 또는 여러 개의 XHTML 파일을 만들어서 채우는 방식입니다. Sigil이라는 별도의 Tool을 사용해야 하고 XHTML이라는 개발언어로 약간의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니 PDF보다는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진 ePub 전자책은 독자의 입맛에 맞춰서 자유로운 변경이 가능합니다. 글꼴 종류, 글자 크기, 자간, 행간 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기기에서도 쾌적한 독서가 가능합니다. 저자의 수고를 바쳐서 독자의 편의를 높이는 제작 방법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독자의 편의와 작가의 수고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저는 ePub 방식을 택했습니다. 독자의 편의만을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종이책을 만들며 PDF는 신물 나도록 경험해 봤으니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ePub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으니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중에 틈틈이 인터넷을 뒤지며 대략의 제작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종이책의 원고를 그대로 사용했기에 실제로 전자책을 제작하는 데는 주말 이틀을 썼고, 결국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만들어진 초안을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정했기에 실제로는 더 긴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이 ePub 전자책을 처음 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초안을 만들면서 느낀 점 5가지를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1. 프로그래밍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ePub 만들기는 포기하세요.
위에서도 짧게 설명했습니다만 XHTML로 본문을 만들어야 하기에 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XHTML을 모르더라도 개발 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래밍에 대한 개념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XHTML은 개발 언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쉽습니다. 본문에 표시할 모든 문장은 태그로 감싸야하고, 태그 안에 각종 속성값을 적어서 글꼴 종류, 글씨 크기와 색상, 자간과 줄간 등을 조정하며, 태그 바깥의 공백이나 줄 바꿈은 의미가 없다는 점만 기억하면 됩니다. 세부적인 방법은 그때그때 찾아보면 됩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을 싫어하거나 앞으로도 전혀 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ePub 제작을 부탁하거나 굳이 직접 하시겠다면 PDF 제작을 추천드립니다. 고난도는 아니지만 ePub 제작에서 프로그래밍은 필수입니다.
2. ePub 파일 변환기는 쓰지 마세요.
손쉽게 ePub 만드는 방법으로 워드나 한글 파일을 ePub로 바꿔주는 파일 변환기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저도 인터넷에서 이런 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쾌제를 불렀습니다. 써 놓은 원고를 변환하면 전자책이 나온다니,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습니다.
PC에 ePub 파일 변환기를 설치해서 원고를 변환했습니다. 파일 변환기의 작업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곧 ePub 파일을 뱉어냈습니다. ePub 파일로 제대로 변환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자책 리더기에서 열었습니다. 올바른 형식이 아니라서 열 수 없다는 오류 메시지입니다. 켁! 1차 좌절.
다시 검색을 해보니 이러한 경우에는 Sigil이라는 ePub 제작툴로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Sigil을 설치하고 오류 검색 애드온도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ePub 파일을 검사해 보니 200개가 넘는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켁! 2차 좌절.
더 큰 문제는 무엇이 왜 틀렸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오류가 무엇인지 하나씩 검색하면서 고쳐나갔습니다. 고치기 어려운 오류가 있는가 하면 한 번만 고쳐보니 요령을 알 수 있는 쉬운 오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쉬운 오류가 수십 번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유형의 오류 수정을 스무 번쯤 반복하다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Pub 파일 변환기는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3. 전자책 제작에 대한 전자책은 딱 한 권만 읽으세요.
전자책 제작에 대한 책은 전자책으로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전자책 만드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훌륭한 전자책이 당연히 많겠거니 기대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을 검색했습니다. 무려 100 권이 넘는 전자책이 조회됩니다. 든든하고 자신감이 샘솟습니다. 여기서 잘 골라서 보면 충분히 만들 것 같습니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제가 운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체를 다 보지 않고 10여 권을 추려서 봤을 뿐이니까요. 제가 운이 나쁜지 제가 고른 책들은 하나같이 전자책 전문가의 솜씨라 하기 민망한 수준의 편집입니다. 책의 메시지도 대동소이합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글을 써서 전자책을 만들어서 뿌려라. 그러면 작지만 꾸준한 수익을 만들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니 너의 시작은 작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제가 본 책들은 언행일치가 완벽했고 자신의 주장에 정말로 충실했습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책은 <교보문고가 제공하는 EPUB 제작 가이드>였습니다. 내용이 충실하고 설명도 친절하며, 무엇보다 무료입니다. ePub에 대한 이론부터 실제 제작 방법까지 폭넓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이 충분하신 분들은 꼼꼼하게 읽은 이후에 제작을 시작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간이 없거나 성미가 급하신 분들은 앞부분의 개요만 읽으시고 나머지 내용은 필요하실 때 찾아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4. 전자책 제작법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
ePub 전자책의 제작 방법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에 충분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만 잘 공부해도 전자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위에서 <교보문고가 제공하는 ePub 제작 가이드>를 추천했지만 정작 저는 이 책의 덕을 크게 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을 보면서 어느 정도 전자책을 완성한 이후에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봤다면 꽤나 도움을 받았겠지만 보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모두 읽기에는 너무나 많은 내용이 인터넷에 퍼져 있으니 본인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자료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참고로 저는 2개 사이트(Sigil 설치법, 그럴싸한 전자책 만들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와 같은 성격 급한 생짜 초보자가 꼭 필요한 내용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서 쉽고 빨리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잘 모르는 내용은 챗gpt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ePub의 문법은 XHTML과 동일하므로 이렇게 질문하면 친절하게 답변해 줍니다. "XHTML로 폰트의 종류를 바꾸려면?" "XHTML로 표를 만드는 태그를 알려줘." "XHTML에서 표의 선을 얇게 만들어줘." 오류가 발생하는 코드를 붙여서 수정해 달라고 하면 정성껏 고쳐주기도 하니 든든합니다.
5. PC에서 전자책을 만들지만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본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평소에 전자첵을 보면서 품었던 의문이 있습니다. 다양한 모양으로 편집하는 종이책과 다르게 전자책의 편집은 밋밋하고 무난합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개성 있는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모두 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책표지와 간지를 제외한 본문은 왜 하나같이 똑같은지 그 이유가 항상 궁금했습니다.
이러한 의문은 이번에 전자책을 만들면서 풀렸습니다. 판형이 정해져 있는 종이책과 달리 다양한 크기의 기기에서 봐야 하는 전자책의 편집은 범용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기기에서 두루두루 잘 읽혀야 하기 때문에 튀는 편집으로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편안한 독서를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무난하고 밋밋한 편집은 멋있지는 않지만 안전한 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가 작업하는 PC 화면에 맞춰서 전차책을 편집했습니다. PC 화면에서 눈에 잘 띄는 큼직한 폰트를 사용했고, 너무 빽빽하지 않도록 여백도 충분히 두었습니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기에 유통사로 보내기 전에 모바일에서 어떻게 보일지 최종적으로 점검해 보았습니다. 아뿔싸! 폰트는 너무 커서 한 줄에 몇 글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두 줄로 잘린 제목은 너무 흉합니다. 줄간도 넓어서 한 화면에서 한문단을 표시하기도 힘듭니다. 화면을 넘기다가 손가락에 쥐가 날 판입니다. PC 화면에서는 적절한 편집이 모바일 화면에서는 너무 휑해서 보기 싫어진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모바일 화면에 맞춰서 모든 편집을 다시 조정해야 했습니다.
전자책을 고작 한번 만들어 보고 제작팁을 적으니 좀 민망합니다. 하지만 제가 글을 쓴 목적은 자랑이 아니라 시도하시라고 권하기 위함입니다. 고민하지 말고 해 보세요! 저도 처음 해봤지만 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