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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Jan 16. 2024

LG CNS는 어떻게 성장했나?

한국 IT컨설팅의 한축 - 대기업계열 SI회사

# IT컨설팅과 IT서비스


개념적으로 IT컨설팅과 IT컨설팅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IT시스템의 분석/설계, 개발/운영의 전체를 포함하는 IT서비스가 광의의 개념으로 이슈의 분석과 개선 방안 수립에 한정된 전통적인 IT컨설팅보다 더 넓은 영역을 포괄합니다. 따라서 IT서비스 회사(IT서비스 프로바이더)라고 하면 IT컨설팅도 하기 마련입니다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IT 서비스 회사의 사업이 주로 개발/운영에 국한했기에 이를 SI회사로 불러서 IT컨설팅사와 구분했습니다. 아직도 소규모 IT서비스 회사는 개발/운영만 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형 IT서비스 회사는 컨설팅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나 하드웨어 회사는 IT서비스 기업으로 분류하기보다는 별도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SAP, 오라클, 델 등은 IT서비스 기업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회사로 구분해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의 IT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별도로 구분하는 것이 적정한지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등의 테크 기업들마저 클라우드 컴퓨팅을 서비스하면서 기업 대상 IT서비스 매출이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시장조사기관은 이들을 IT서비스 업체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IT시스템의 분석/설계, 개발/운영 등의 IT서비스를 모두 포괄하지는 않고 일부만 제공하기에 IT서비스 회사로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컨설팅의 큰 축인 IT 컨설팅


# IT서비스 회사


IT시스템의 분석/설계, 개발/운영을 모두 제공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IT서비스 회사 중에서 대표적인 기업은 어디일까요? 미국의 액센추어, IBM, 유럽의 캡제미니, 아토스, 인도의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인포시스, 위프로, 일본의 NTT, 후지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10~60조 달러 규모의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시스템 구축/운영에만 국한하지 않고 IT컨설팅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삼성SDS, LG CNS, SK C&C, 현대오토에버, 포스코DX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명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대기업 계열사가 IT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만 살펴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입니다. 대기업들은 각자 자체 IT서비스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하기에 IT서비스 회사의 규모는 소속된 대기업 집단의 규모에 비례하며 이를 뛰어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그룹의 매출 순위를 보면 1위부터 5위까지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 포스코인데, IT서비스 업체의 규모도 이와 유사하게 삼성SDS, LG CNS, SK C&C, 현대오토에버, 포스코DX의 순서입니다.


설립 배경이 유사하기에 이들 대형 IT서비스 회사가 생겨서 성장한 과정은 엇비슷합니다. 1980년대 이후 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IT부서를 통합해서 설립되었고, 그룹의 IT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독식하면서 덩치를 늘려왔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국가 정보화 사업과 금융권의 IT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하며 그룹 외부로 IT서비스 사업을 확대합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그룹 계열사의 해외 진출 확대와 더불어서 해외 매출도 증가합니다. 이번 글에서 살펴볼 LG CNS의 성장 과정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 1987년 에스티엠 설립


LG CNS의 모태는 럭키금성그룹과 미국의 IT서비스 회사인 EDS가 50:50으로 합작해서 1987년에 설립한 에스티엠(STM, System Technology Management)입니다. 그룹 계열사의 전산실 인력을 통합한 849명의 인력으로 출발했으며, 사업의 대부분이 계열사 정보화 프로젝트에 집중해서 대외시장 매출비중은 0.8%에 그쳤습니다. LG그룹의 주력 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여 초창기에는 그룹 내 부가통신망(VAN) 서비스 사업 등이 대표 프로젝트로 꼽힙니다. 


설립 첫해의 매출은 139억 원에 불과했습니다만 그룹의 IT서비스를 독식한 덕분에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 나갑니다. 매년 25-30%의 고성장을 유지하여 1991년에는 6백49억 원의 매출과 12억 원의 순익을 내며 단기간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 해에 한국 IT서비스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컨설팅 부문을 설립하는데, 훗날 설립되는 엔트루컨설팅의 모태가 됩니다. 


1993년부터는 대외 사업에도 진출합니다. 축협과 방송통신대학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따낸 것을 비롯해 부산투금, 삼삼투금, 대한투신 등의 금융기관들과 성미전자대한펄프 KDC정보통신 등 제조업체들의 정보처리프로젝트를 따냈습니다. 특히 1993년 말 공공부문 SI사업사상 최대규모였던 국세통합전산망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기술력과 영업력을 인정받습니다. 


# 1995년 LG EDS 전환


1995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에스티엠은 사명을 LG EDS로 바꿉니다. 이는 그룹이 추진한 브랜드 통합의 일환이었습니다. 당시 그룹 계열사는 분야별로 각자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화학분야는 ‘럭키’, 전기·전자·통신 분야는 ‘금성사’를 사용하여 브랜드가 분산되어 있었는데 이를 LG라는 브랜드로 통합하면서 에스티엠도 LG그룹의 정보서비스 회사라는 점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사명을 변경합니다. 


LG EDS는 대법원, 국세청, 특허청 등 굵직굵직한 공공정보화 시장을 확보하면서 대외영업력을 쌓아갑니다. 설립된 지 10년 만인 1997년에는 매출이 3,912억 원을 기록했으며 임직원 수도 3,900명으로 늘어납니다. 1999년에 들어서며 당시 경쟁하던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등 빅3 중에서는 처음으로 그룹 외부 매출이 그룹 매출을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합니다. 국민건강의료보험(555억원), 한국전력 SI사업(96억원), 인천시 도시정보화시스템사업(121억원) 등 굵직굵직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에스콰이아 아웃소싱(75억원), 한미은행 카드계시스템 수주(22억원) 등 민간·금융기관 사업에서도 호조를 보이며 매출액 5,010억 원 중 그룹 외 매출이 2,6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52%를 차지합니다. 


# 2001년 LG CNS 출범


2001년 말에는 EDS 지분을 전량 매수하며 홀로서기를 택합니다. EDS와 합작을 통해서 얻은 기술력이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고 사업도 안정적인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설립당시 1987년에 임직원 849명, 139억 원의 매출로 시작한 이후 연평균 35%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2001년에는 임직원은 5,300명으로 증가했으며 매출은 창립당시보다 67배나 많은 9,500억 원을 기록합니다. 이제는 성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사업별 수익성을 깐깐하게 따지는 EDS의 참견이 달갑지 않았고 점차 늘어나는 해외 프로젝트에서 EDS와 맺은 지역별 사업권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LG CNS의 지분을 LG에 넘기며 협력관계를 청산한 EDS는 한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IT서비스 사업을 시도했습니다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합니다. EDS는 LG와 합작한 에스티엠이 있던 1996년에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던 EDS코리아를 한동안 운영했습니다만 사업 실적은 미미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외국계 기업이 파고들 여지가 적은 대기업 위주의 IT서비스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2008년에 글로벌 EDS가 HP에 인수되면서 한국에서도 EDS 브랜드는 자취를 감춥니다. 


LG CNS는 홀로서기 이후에도 꾸준하게 성장해서 2008년 무렵에는 매출액이 2조 원을 돌파합니다. 신한은행 차세대시스템, 연세대 u헬스시스템, 서울시 신교통카드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한 덕분이었습니다. LG CNS는 절대적인 매출 규모로는 삼성SDS보다 항상 작았지만 공공과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대외 사업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대외 사업에서 잘 나가던 LG CNS에 악재가 발생하니, 2011년부터 적용된 대기업의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사업 입찰 제한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중소 IT 기업들을 키우기 위해서 연간 2조 5,000억 원대에 이르는 공공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합니다. 당시 전자정부 시스템의 60퍼센트를 구축했던 LG CNS로서는 꽤나 큰 타격이었고, 이는 다른 대기업 IT서비스 회사로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외 시장에서 LG CNS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삼성SDS는 대외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공공, 금융 등의 대외 사업에서 손을 뗍니다. 그룹 계열사 사업에 비해서 경쟁이 치열한 대외 사업은 수익성이 낮아서 매출 규모가 의미가 있었는데 대기업이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오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SDS와 달리 LG CNS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대외 사업을 유지하며 성장합니다. 삼성그룹만으로도 충분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삼성SDS와 처지가 달랐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 오늘날의 LG CNS


2010년대 내내 3조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던 LG CNS는 2021년에는 4조 원을 돌파하며 5조 원을 내다보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매출액 1위인 삼성SDS의 17조 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매출액 2조 원대인 SKC&C, 현대오토에버, 포스코DX를 압도하는 확고한 2위입니다.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 거래 비중이 낮은 것도 장점입니다. 2023년 3분기까지의 실적 집계에 따르면 LG CNS의 내부거래 비중은 54%로 가장 낮습니다. 삼성SDS 62%, 현대오토에버 88%, 포스코DX 89%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대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컨설팅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LG CNS의 엔트루 컨설팅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해서 독립적인 컨설팅 회사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LG CNS의 컨설팅 사업부이며 300명 규모의 컨설턴트가 일하고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소규모라도 독립 법인이 아니기에 실적 등락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적으며, LG그룹 계열사의 일감으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이라면 프로젝트 경험이 LG그룹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외 컨설팅 사업도 한다고는 합니다만 제 경험상 경쟁 비딩에서 엔트루 컨설팅을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 다양한 산업의 고객사를 경험하고자 하는 컨설턴트라면 맞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인사체계를 무시할 수 없기에 여타 컨설팅 회사만큼 유연한 성과보상 체계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습니다.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 B컷#1. 구성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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