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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Feb 02. 2024

회계법인 경영 컨설팅과 일반 컨설팅사는 무엇이 다를까?

회계법인의 감사 독립성과 경영 컨설팅

회계법인 컨설팅사와 일반적인 컨설팅사가 프로젝트에서 하는 일은 다르지 않습니다. 전사 전략 수립, 업무 프로세스 혁신, IT시스템 설계/구축 등 여러 가지 주제 중에서 전문적으로 많이 하는 컨설팅은 있겠습니다만, 같은 주제의 컨설팅이라면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하기 마련입니다. 컨설팅사마다 고유한 차별적인 방법론이 있다고 주장을 합니다만 제 경험상 대동소이한 수준입니다. 컨설팅사가 어디냐 보다는 얼마나 우수한 컨설턴트가 투입되느냐가 결과물의 품질을 좌우할 뿐, 컨설팅사가 프로젝트에서 실제 하는 일은 유사합니다.


다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따라야 하는 절차는 매우 다릅니다. 고객사의 RFP를 받아서 제안서를 써서 입찰을 하고, 프레젠테이션 이후에 가격 협상을 하는 기본적인 수주 프로세스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회계법인 컨설팅사는 더 많은 절차를 거쳐야 입찰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독립성 준수 의무 때문입니다.


회계법인은 감사 독립성 준수를 위해서 컨설팅 수임을 위해서도 복잡한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 회계법인이 하는 일


회계법인이 하는 일을 크게 나누면 감사(Audit)와 비감사(Non-audit) 업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회계법인의 감사 업무는 고객사의 재무제표가 적정한 회계기준에 따라서 실제와 맞게 작성되었는지를 점검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감사 의견은 4가지로 나눠서 재무제표에 흠결이 없으면 "적정의견"을, 꺼림칙한 부분이 있으면 "한정의견"을, 잘못된 부분이 명백하면 "부정의견"을, 엉망진창이면 "의견거절"을 제시합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적정의견"을 받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큰일이 벌어집니다. 이는 재무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회사의 존립과 직결되는 엄청난 일입니다. 상장기업이 "의견거절"을 받는다면 그날로 주가는 폭락할 것이며, 일정 기간 동안 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상장폐지를 각오해야 합니다. 


감사 의견에 따라서 회사가 살수도, 죽을 수도 있기에 회계법인도 엄청나게 신중하게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재무제표에 흠결이 없는 회사에 "의견거절"을 제시했다가는 해당 회사와 투자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오해야 하며, 재무제표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적정의견"을 냈다가는 민사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이고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감독기관과 수사기관의 채찍을 맞아야 합니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에는 회계법인이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가장 유명한 사례는 엔론 사태를 막지 못한 아더 앤더슨의 몰락입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만 당시 아더 앤더슨은 엔론에서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컨설팅 등의 비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막대한 수익을 올려주는 비감사 서비스를 잃을 것을 두려워한 아더 앤더슨은 엔론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고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한때 세계 최대의 회계법인이었던 아더 앤더슨은 엔론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한순간에 공중분해됩니다. 


# 감사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아더 앤더슨의 몰락


엔론 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회계법인의  감사 독립성이 미흡했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대대적으로 회계제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합니다. 감사 대상 회사에는 비감사 서비스를 금지하는 규제가 대표적입니다. 아더 앤더슨처럼 회계법인이 비감사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돈에 눈이 멀어서 회계감사를 조작하지 않도록 고안된 안전장치입니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합니다만 이것 때문에 회계법인 계열에 있는 컨설턴트로서는 고달픈 일이 발생합니다. 친한 고객이 컨설팅 프로젝트를 해달라고 의뢰해도 해당 회사가 감사 대상이라면 포기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제안에서 대상 회사가 감사 고객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는 복잡한 절차를 수행해야 합니다. 대상 회사뿐만 아니라 모회사, 자회사, 관계사까지 감사 고객인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므로 해야 할 일도 많고 시간 소요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안서 작성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이런 행정처리까지 해야 하니 부담감이 어마어마합니다.


이번주에 저를 가장 괴롭힌 일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계약을 체결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쏟아부은 시간과 맘고생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일은 아닙니다. 회계법인 계열 컨설팅사에 있는 한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만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 B컷#1. 구성 구상

이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933년 | 『글래스-스티걸법』 규제가 만든 첫 번째 기회

1987년 | 회계법인 Big 8의 컨설팅 사업 확대

2001년 | 엔론의 파국, 회계법인의 경영컨설팅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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