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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Feb 05. 2024

인공지능이 경영 컨설턴트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올해 1월에 개최된 CES 2024의 주제는 "All together, All one"이었고, 그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변화의 드라이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새삼스럽지 않고 이미 몇 년 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CES 2024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일상생활의 변화를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전제품 회사들은 인공지능 로봇과 인공지능이 탑재된 가전제품을, 핸드폰 제조사는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번역 기능을, 컴퓨터와 칩제조사들은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온디바이스 AI를 선보였습니다. 자동차 업체마저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된 자동차를 들고 나왔으니 인공지능이 대세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인공지능은 경영 컨설턴트의 아군인가 적군인가?


경영 컨설팅 산업에서도 인공지능은 커다란 화두입니다. 새로운 컨설팅 영역으로서 인공지능은 신규 매출원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Big 4는 이미 작년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2023년 4월에 PWC는 인공지능에 10억 달러의 투자를 발표했고, KPMG도 20억 달러를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7월에 발표했으며, EY는 이미 14억 달러의 투자를 완료했다는 발표를 9월에 했습니다.


경영 컨설팅 산업에서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는 또 다른 한 축은 컨설팅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입니다. 컨설턴트가 프로젝트에서 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도와서 생산성을 높이거나 업무를 대체한다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 컨설팅사로서는 군침 도는 일입니다. 컨설팅사의 실적은 컨설턴트의 인당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인공지능이 컨설턴트가 하는 일의 일부 혹은 전체를 대체한다는 의미는 비용 절감과 매출 창출과 직결됩니다.


인공지능이 컨설턴트를 돕거나 대체한다면 그 대상 업무는 무엇이 될까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서 그 범위는 무궁무진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업무는 리서치와 장표 작성일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업무는 현재도 상당 부분을 컨설턴트가 아닌 지원 부서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컨설팅사마다 다릅니다만 인턴 직원 혹은 리서치 전담 부서가 컨설턴트를 대신해서 기본적인 리서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시장분석, 사례 조사 등은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되나 고난도의 스킬이 필요 없는 일로서 고단가의 컨설턴트가 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ChatGPT에게 리서치를 시켜보면 상당히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과물의 소스 데이터를 검증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합니다만 맨바닥에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합니다.


장표 작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표에 담길 내용은 컨설턴트가 고안해야 하지만 파워포인트로 옮기는 일까지 해야 할 필요성은 적습니다. 컨설팅사마다 명칭은 다릅니다만 장표를 다듬거나 대신 작성해 주는 프로덕션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덕션팀의 디자이너는 컨설턴트가 대충 작성한 장표를 손보는 '이쁜이 작업'을 하거나 화이트보드에 손으로 끄적인 장표를 파워포인트로 옮기는 작업을 대신해주는데 인공지능이 이러한 작업을 대체하기는 어렵지 않을 같습니다. 달리3, 플레이그라운드 등의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을 써보신 분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만 간단한 키워드로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마당에 장표라고 별다를 게 있을까 싶습니다.


최근 컨설팅사가 발표하고 있는 인공지능 도구는 대부분 제가 언급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딜로이트의 PairD, PWC의 chatPWC, EY의 EYQ, KPMG의 KymTax 등의 챗봇은 ChatGPT와 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컨설턴트의 리서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BCG의 Dexter는 파워포인트 작업을 대신해준다고 합니다. 아직 실물을 사용해보지 않아서 성능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상당히 기대됩니다. 그간의 컨설턴트 생활에서 검색엔진 구글과 파워포인트 애드온 프로그램인 씽크셀(ThinkCell)의 사용이 생산성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을 받았는데, 새로 등장할 인공지능 도구는 어떠할지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컨설턴트를 대체하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의 성능이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컨설팅업의 속성 상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컨설팅업의 본질은 서비스업이며 이과보다는 문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컨설팅이 과학과 같은 엄밀한 진리체계에 기반한다면 최적의 정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이 컨설턴트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컨설팅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으며, 장단점이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최선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선을 택하는 선택 기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므로, 이러한 가치판단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 B컷#1. 구성 구상

이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3년 | 디지털 전환을 맞이한 경영컨설팅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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