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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May 27. 2024

위기의 경영 컨설팅

# 코로나 이후 어려워진 경영 컨설팅


코로나 팬데믹은 끝났지만 경영 컨설팅의 위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얼어붙었던 전 세계 경기와 달리 경영 컨설팅은 오히려 호황을 즐겼습니다. 디지털화, 공급망 다각화, ESG를 필요로 하는 고객사 일감이 폭증했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전략 컨설팅 3총사인 MBB와 회계 컨설팅 빅4, SI 선도사 액센추어의 수익은 2021년 20%, 2022년 13%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 들어서며 이들 8개 컨설팅사의 성장률은 고꾸라집니다. 2023년에 5% 였으니 반토막이 난 셈입니다. 2024년 들어서는 더욱 심각해진 느낌입니다. 컨설턴트의 숫자와 연봉을 줄인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는 경영 컨설팅이 겪는 어려움의 이유로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 ESG의 약화


먼저 ESG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린 에너지와 탈탄소, 환경 보호 정책 강화에 맞추기 위해서 기업들은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고, 그 일부는 경영 컨설팅사의 몫이었습니다. 지금도 환경은 중요한 화두이기는 하지만 몇 년 전에 비해서는 그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도 몇 년 전과는 비할 수 없이 낮아졌고, 이 분야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던 컨설팅사의 살림이 팍팍해졌습니다.


# 경영 컨설팅을 대체하는 신기술 등장


두 번째는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발전이 경영 컨설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수합병을 위해서 컨설턴트가 수많은 자료를 분석해서 리포트를 만들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컨설턴트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인공지능 도입이 컨설팅사의 단기적인 먹거리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값비싼 컨설턴트를 대체하여 컨설팅사의 수익은 줄어들 거라는 진단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중장기적인 전망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합니다.)


# 세계화의 쇠퇴


세 번째는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관계를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영 컨설팅의 성장은 세계화에 힘입어 왔습니다.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를 쓰면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에서 생겨난 ‘효율성 컨설팅’은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유럽과 아시아 각지에 보급되었고, 이는 컨설팅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발명된 ‘전략 컨설팅’의 성장도 유사한 궤적을 따랐습니다. MBB는 미국을 벗어나 유럽, 아시아에 진출했고, 일명 베스트프랙티스를 전 세계에 보급하면서 지금의 권위와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화는 모든 국가와 기업이 부르짖는 진리였고 그 첨병에 경영 컨설팅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를 전후하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자국과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새로운 패권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일대일로에 몰두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자국 경제 중심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를 빼놓고서는 현재의 국제 질서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국경을 넘나들면서 돈을 벌던 컨설팅사로서 현재의 국제적 긴장관계는 달갑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가 예전에 포스팅했던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에 컨설팅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맥킨지와 bcg의 대표가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 소환되었습니다. 더구나 미국 상원에서는 적성국에 경영 컨설팅 제공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 선택의 시간 법령(Time to choose Act)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인 조시 홀리가 발의한 법안인 ‘선택의 시간​(Time to Choose Act)’은 2024년 5월 15일 자로 미국 상원의 관련 위원회(HSGAC)를 통과했습니다. 홀리 상원의원이 2022년에  처음 제출 하고 올해 초 재도입한 이 법안은  국방부(DOD) 및 기타 연방 기관이 중국 정부 또는 중국 정부와 사업을 하고 있는 맥킨지와 같은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합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미국 기업은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헌신해야 하지만 맥킨지 같은 기업은 이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데도 미국 정부가 이들에게 보상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나의 법안은 정부 계약자들이 중국의 제국적 야망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려는 노력에서 미국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중국 공산당의 편에 설 것인지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위원회가 이를 진전시켜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발의한 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방 기관이 중국 정부 및 중국 공산당을 포함한 특정 외국 기관과 계약을 맺은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한다. 
 

다음을 포함하여 특정 중국 및 기타 외국 기업과의 계약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허위로 표현하는 컨설팅 회사에 처벌을 부과한다.

    * 관련된 연방 계약을 종료함 

    * 관련 기업이 향후 연방 정부와 협력하는 것을 금지함

    * 허위청구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지출한 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해당 기업에 요구함


상당히 파격적인 법안이라서 실제로 법안이 최종적으로 발효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중시한다지만 특정국가에 컨설팅을 제공하면 연방계약을 금지한다라니 제정신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전례가 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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