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겸도 조윤우 정민성 최효주 김서윤
문제공감프로젝트(이하 문공프)는 이우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학년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직접 마주하고 해결 방안을 탐구하도록 마련된 프로젝트다. 2017년 15기를 시작으로 운영된 문공프는 이우학교의 대안적 교육 흐름을 상징하는 교육과정 중 하나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교사회 논의를 거쳐, 문공프는 2026년부터 1학년 교육과정에서 폐지되기로 결정되었다. 대신 기존 문공프는 ‘지리산 3박 4일 도보 기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정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에 와이파이는 문공프의 탄생 배경과 폐지 배경, 그리고 새롭게 도입될 교육과정이 지닌 목적과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통합기행의 대안으로 시작된 문공프
문공프는 해외통합기행의 폐지 이후 새롭게 도입된 교육과정이다. 해외통합기행은 약 6개의 동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며, 민주시민을 넘어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낯선 환경 속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고 성취를 경험하도록 한 교육과정이었다. 그러나 해외 기행이라는 특성상 안전 문제에 취약했고, 실제로 집단 감염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준비 기간이 길어지며, 기행의 주제에 보다는 준비 과정 자체에 에너지가 소모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로 해외통합기행이 폐지되었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교육과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마침 정보 탐색에 익숙한 세대가 형성되며 ‘검색해서 아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라는 의도하지 않은 배움을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공프가 시작되었다.
실패로 전제로 한 프로젝트, 하지만 커진 부담
본래 문공프의 목적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교사회 내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이 목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었다. 많은 학생이 실패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워했고, 실패 경험이 배움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담으로 남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또한 문공프는 공유회를 통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과정을 공유한다’기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실패를 전제로 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성과 중심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화한 양육 환경과 학생 특성에 대한 문제의식
교사회는 문공프 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근 학생들의 특성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 변화 또한 함께 고려되었다고 밝혔다. 부모 세대교체와 함께, 예측 가능한 공간에서 보다 안전한 활동을 선호하는 양육 환경이 환산되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하는 경험과 경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교육 자료와 교사 내부 논의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학생의 순응적 태도, 회피적인 성향, 무관심, 자기 착취, 불안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질문은 줄어들고, 결과와 성과를 중시하는 태도가 강화되었으며, 정보화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소모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교사회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프로젝트보다, 속도를 늦추고 함께 살아보는 경험이 지금의 활동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보았다. 더불어 사회문제를 탐구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활동은 2학년 선택 교과 수업을 통해 충분히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며, 문공프 폐지를 결정했다.
도보 기행이 지향하는 배움
문공프를 대신해 새롭게 도입되는 교육과정은 ‘지리산 도보 기행’이다. 기존 문공프를 경험하지 않는 24기부터 적용될 예정인 도보 기행은 ‘걷고 만나고’라는 모토 아래 운영된다. 도보 기행은 학생들이 직접 걸으며 사람과 직업, 지역과의 새로운 만남을 가지며, 관계를 맺고 참여하는 경험을 하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교사회는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과 타인을 만나며,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느리게 키우려고 한다고 전했다.
문공프는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들어설 도보 기행은 ‘자연’과 ‘공동체’라는 더 본질적인 배움을 지향하고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검색보다는 경험을 택한 새 교육과정은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가치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새로운 시도가 이우의 대안 정신을 어떻게 이어 나갈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