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부인
- 김용기
돈을 냈으니
상업적인 여인이 맞다
장롱 위에서 한 해를 보냈으므로
살냄새가 그립기도 했겠다
정분(情分)이라니, 몸종인데
어느 정도 지나면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마누라 다리와 달리
특히 오른 다리 하나쯤
묵묵히 견뎌 낸다
20Kg은 족히 될 텐데
언제부턴가
마누라 전용 몸종이 된 듯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녀의 정체성 의심 그때부터다
둘 중 하나는 곧 잠이 듦으로
눈치 보는 것은 잠시 뿐
팁은 안 줘도 되니 장점이었다
서방보다 낫고
마누라보다 백 배 낫지만
남의 눈 남사스러워 낮에는
숨어 지내라고 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