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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Jun 19. 2024

나는 은서의 꽃이 되었다

- 병원 하수구에 핀 민들레꽃 한송이의 의미

나는 은서의 꽃이 되었다


- 김용기



하수구에 핀 민들레 꽃이라고

손가락질 마라

그냥 수채구멍이 아니다

냄새 지독하고

차바퀴 위험하고

혼자 있기에 외로운 곳 맞다


어쩌다가 이런 곳 피었냐고

지독하게 운 없다고

박복하다고

비아냥거려도 좋다


어둡고

밝은 색이라고는 없는

검회색의 긴 터널의 끝

내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하나

그녀 때문

여기 은서가 있다


나를 보면

다정한 눈길을 힘겹게 건네는

아픈 소녀다


나 한 송이 꽃으로 피어

그녀 가슴 노랗게 물들였던

연세명인병원 한 구석

내 삶에 유월의 몇 날은

참 행복하였다

은서를 위한

한 송이 민들레 꽃 되어.


@후기

은서라고 썼지만 주인공 현진이의 머리맏에

엊저녁 수면시간에 이 시를 걸어 두고 나왔는데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내게 편지를 썼던가 보다

반가운 회신이다

어줍잖은 시 몇 줄이

기쁘고 반가운 마음을 갖게 했다면,

감사다. 참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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