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기 Dec 12. 2024

동지(冬至)의 새벽

- 그 해 새벽은 추웠다

동지(冬至)의 새벽


- 김용기



된서리 앉은 동짓달

새벽은 기적(汽笛) 없는 시간이

째깍거리며 지나갔고

깔고 앉은 창백한 얼굴들은

고통이 명료했다


계가(計家)가 필요 없는

불계(不計)의 의미가 무엇일까

침묵하는 반상(盤上)

말 없는 기성(棋聖)의 기보 해설을

TV는 꿀꺽거리는 목울대를

반복적으로 주목하였다


기원(棋院)의 선언을

의미있게 기다린 것 아니었으나

TV를 끄지 않는 것은

가슴에 담은 미련

그 두께는 드러내지 않았다

일종의 음흉이었다


된서리가 야속한 언 새벽

이쪽에서 저쪽까지

보이지 않는 기차를 원망하는 듯

동지의 밤은 너무나 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