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의 새벽
- 김용기
된서리 앉은 동짓달
새벽은 기적(汽笛) 없는 시간이
째깍거리며 지나갔고
깔고 앉은 창백한 얼굴들은
고통이 명료했다
계가(計家)가 필요 없는
불계(不計)의 의미가 무엇일까
침묵하는 반상(盤上)
말 없는 기성(棋聖)의 기보 해설을
TV는 꿀꺽거리는 목울대를
반복적으로 주목하였다
기원(棋院)의 선언을
의미있게 기다린 것 아니었으나
TV를 끄지 않는 것은
가슴에 담은 미련
그 두께는 드러내지 않았다
일종의 음흉이었다
된서리가 야속한 언 새벽
이쪽에서 저쪽까지
보이지 않는 기차를 원망하는 듯
동지의 밤은 너무나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