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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끓기 전의 온도

by dionysos

<느림이 필요한 시대>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버튼 하나로 회의가 열리고, 인공지능이 대신 생각하죠. 그 덕분에 우리는 효율적으로 살게 되었지만, 문득 돌아보면 ‘나는 어디쯤 서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기술의 속도는 인간의 리듬을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은 늘 켜져 있고, 생각은 닫히지 않습니다. 멈춤이 사치가 된 시대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하면서도 점점 덜 느끼고, 덜 회복하게 되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차 한 잔의 속도’로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끓기 전, 물이 고요히 떨리는 순간을 위해서요.


그 짧은 정적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리듬이 있습니다. 기술이 만든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의 속도가 있죠.


이 책은 기술을 비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잃어버린 온도를 복원하려는 시도입니다. 기계와 데이터의 세계 속에서, 인간이 다시 온기를 되찾는 방법에 대하여말이죠.


차를 끓이듯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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