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보다 맥락 시리즈 1편 : 트레블월렛

by dionysos

[기술보다 태도, AI보다 감각]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의 화두는 너무 명확했습니다. “AI를 붙이면 더 똑똑해지고, 더 효율적이 된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정작 ‘무엇을 왜 푸는가’는 여전히 인간의 질문으로 남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기술이 아닌 태도, 속도가 아닌 맥락, AI가 아닌 감각으로 살아남은 서비스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해당 이야기는 누구에게는 단순한 ‘좋아하는 서비스 리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철학, 디자인, 실행의 미학을 기록하는 개인의 큐레이션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내가 실제로 써보고, 관찰하고, 인상 깊게 느낀 스타트업 서비스의 이야기 입니다.


요즘 스타트업 담론은 너무 기술 편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VC 피칭도, 미디어 헤드라인도, 대부분 “AI 기반”으로 시작하는데요. 그런데 정작, AI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기술보다 문제를 먼저 사랑했다고 보입니다.


AI가 ‘정답’을 만든다면, 이 서비스들은 ‘이유’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문장을 생성한다면, 이 서비스들은 맥락을 설계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이 사람들은 감정을 해석했다고 생각합니다.


⁉️ 해당 시리즈는 개인의 생각이며, 실제로 써 본 스타트업 서비스 중 해당 부분에 맞는 서비스 들만 해석해 보려 합니다. 업체에서 돈을 제공해 주거나 업체에서 요청해서 글을 써달라거나 하는 내용이 아님을 사전에 밝힙니다~ (슬쩍 생각해 보면 받고 싶어질지도요) 또한 해당 서비스에 AI가 아예 없다고 말씀드리는게 아닙니다. 집중된 부분이 틀린 맥락들을 본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돈보다 여행을 설계한 사람들]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스타트업은 트레블월렛(Travel Wallet)입니다.


KakaoTalk_20251126_154037556_01.png
KakaoTalk_20251126_154037556.png
KakaoTalk_20251126_154037556_02.png


이 회사는 전면에 AI도, 거대한 플랫폼도, 화려한 광고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회사의 UX와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 “이건 정말 잘 만든 서비스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트레블월렛이 만든 건 단순한 ‘환전 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여행자’라는 맥락을 설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돈이 아니라, 이동과 감정,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다시 디자인했다고 생각합니다.



[환전을 다시 정의한 회사]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가 아니라 ‘환전’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늘 번거롭기만 하죠. 언제, 어디서, 얼마를 바꿔야 할지 모르고, 남은 돈은 매번 쓸모없이 돌아오고는 합니다. 트레블월렛은 그 지점을 정확히 봤습니다. 그들은 환전을 ‘행동’이 아니라 ‘경험’으로 봤죠. “언제 환전할까?”가 아니라 “언제 결제할까?”로 문제를 바꿨습니다.


즉, 사용자의 심리를 설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잡한 금융 언어 대신 여행의 언어로 설계한 것이죠. UI는 깔끔했고, 화면 구조는 낯설 만큼 단순했습니다. 여행지, 지출, 잔액, 환율이 ‘숫자’가 아니라 ‘기억’처럼 배열돼 있었죠.



[기술보다 맥락]


트레블월렛이 인상적인 건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맥락을 읽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이 효율·보안·전송 속도를 이야기할 때, 이 회사는 "감정의 UX’"를 만들었습니다.


앱을 켜면 ‘은행’이 아니라 ‘여행’이 느껴지는 배경색, 글꼴, 여백, 환율 표시 방식 하나까지 ‘금융의 냄새’를 지우고 ‘여행의 기분’을 담았습니다. 그건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 사고의 집약체와 같다고 보여집니다. AI 없이도 정교한 경험은 만들어지죠. 그건 기술이 아니라 ‘관찰’의 힘에 가깝습니다.



[디자인의 깊이]


트레블월렛의 디자인은 겉보기에 미니멀하지만, 그 안에는 감정의 리듬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숫자를 없애고, 결정해야 할 타이밍을 덜어내고,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시각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환전 금액을 보여주는 화면에서 단위보다 ‘남은 여행 일수’를 중심으로 배열한 건 탁월했다고 까지 생각되네요. 디자인이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세밀함이 바로 트레블월렛을 트레블월렛답게 만든 것 같습니다.


20251126_155711.png



[철학이 만든 UX]

트레블월렛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좋은 UX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해당 서비스는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용자의 불편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경험을 설계로 풀었죠. 이건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사랑하는 태도... 그게 바로 서비스의 경쟁력 및 차별성으로 직결됩니다.



[트레블월렛이 던지는 메시지]


해당 서비스가 보여준 건 단순한 ‘서비스 디자인’이 아닙니다.


그건 ‘이해’의 철학으로도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면, 기술은 따라오개 되죠. 하지만 기술로 사용자를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환율을 계산할 수 있지만, 여행자의 불안을 덜어주진 못합니다. 그건 사람의 일이죠. 트레블월렛은 그 사실을 잊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내 기준에서 AI 없는 시대의 가장 인간적인 서비스라고 보여집니다.


keyword